유럽연합(EU)이 EU 시민들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추진 중인 인터넷 프라이버시법이 미국의 강경한 반대에 직면, 최악의 경우 미국-EU간 무역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뉴스팩터(http://www.newsfactor.com)」 등 외신에 따르면 EU가 지난 98년 제정, 오는 6월 1일 시행 예정인 인터넷 프라이버시법 「프라이버시 디렉티브(Privacy Directive)」의 설명을 위해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EU 대표단은 미국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EU 인터넷 프라이버시법은 EU 외의 국가에도 EU 수준만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요구, EU 수준이 안되는 국가에는 EU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역외로 보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의원들은 이번 법이 e커머스를 개발, 선도하고 있는 미국 업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 하원 에너지 & 상업분과위 위원장 빌리 토진은 『EU 프라이버시 디렉티브는 사실상 세계적인 인터넷 프라이버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하지만 이는 미국 기업들에 수십억달러 상당의 비용을 추가로 들게 하는 등 미국 업체들의 e커머스사업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의 새 법이 시행되기 전에 부시 행정부가 서둘러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행정부에 주문했다.
또 전 미 국무부 차관보였으며 현재 워싱턴DC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너선 위너 변호사는 『만일 EU가 미국 기업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면 미국-EU간 무역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이 때문에 아직 독일·프랑스 등 EU의 대표적 국가들이 최종승인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인터넷 정책 애널리스트 제이 스탠리도 『EU의 인터넷 프라이버시법은 케이맨 제도 같은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가 미흡한 국가에 대해 EU 소비자들의 온라인 정보 수출을 금하고 있는 것이 골자인데 EU는 미국도 케이맨 제도와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대해 방한단을 이끈 EU의 데이터보호그룹 대표 스테파노 로도타는 『프라이버시 보호는 인권의 가장 기본』이라며 EU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미국 정부는 EU의 엄격한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응해 지난해부터 EU 기준에 맞는다는 것을 보증하는 세이프하버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에 참여하는 미국 업체들은 매우 극소수로 호응을 못얻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