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하나의 전화라인에 여러대의 전화를 연결해 사용하는 소위 「브리지」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많지만 사실 이는 불법이다. 통신사업자의 약관에는 「하나의 전화회선에 한대의 전화기만을 부착해 사용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단속하는 통신사업자는 없다. 적발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수익자 부담원칙에도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의 인터넷 회선에 여러대의 단말기를 연결해 활용하는 「IP공유」에 대한 뜨거운 논란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IP공유가 트래픽을 유발, 전체적인 인터넷 통신속도 저하를 불러올 수밖에 없어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용자 일부와 IP공유기업체, PC업체, 인터넷TV업체들은 홈네트워킹 산업발전과 어차피 할당된 속도를 쪼개 이용하는 것이 IP공유 취지라며 이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러한 논란은 통신사업자 약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이어져 공정위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는 가정용 초고속 인터넷 통신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2Mbps의 속도를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회선 요금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반면 최대 8Mbps까지 가능한 가정용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요금은 3만900원이다. 또 정액제를 채택, 하루종일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나 하루에 채 1시간도 이용하지 않는 고객 모두 같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이같한 혼란은 통신요금의 근본 원칙이 깨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과금의 기본은 수익자 부담원칙이다. IP공유도 같은 맥락에서 풀어가야 한다. IP공유와 상관없이 이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부가하는 수익자 부담원칙을 고수하면 된다. IP공유 논란이 지엽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홈네트워킹 산업발전은 물론 인터넷 요금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찰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지 않고서는 소모적인 논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