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CDMA로밍」 의미와 전망

한·중·일 동북아시아 3국간 글로벌 로밍에 대한 의의는 사뭇 크다. CDMA 이동전화를 통한 글로벌 로밍은 아시아에서 이들 3국이 통신분야의 주도국가로 성장했음을 공식 선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통신 후진지역인 아시아에서도 독자적인 유럽이나 북미처럼 「통신마피아」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출발이기도 하다. 수십억의 인구를 가진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국제로밍은 아시아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글로벌 로밍이 실시되면 우선 3국의 통신망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 이들 국가가 단일통화권으로 묶이게 된다. 3국간의 다양한 통신사업, 국제 무대에서의 동일한 표준안 제시, 아시아 지역의 통신 시장에 대한 헤게모니 장악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 대한 3국의 통신사업 역할론도 강화된다. 아시아에서 통신강국으로서 이 지역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장악하며 아시아 통신 허브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3국 통신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단순한 네트워크 연결을 뛰어넘어 3국간 통신사업이 하나로 묶이고 그에 따른 문화도 함께 연결된다. 유럽연합국가들처럼 통신망 연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적인 협력체제를 강화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제 로밍 방법 =로밍은 어떻게 가능한가. 사업자간 협약에 의한 제한적인 로밍이 가능하다.(1안)

현재 국내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일본, 중국 특정사업자와 연계해 단말기를 대여하는 서비스에서 약간 진보된 방식이다. 단말기 대여 대신 서비스를 대여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서 단말기는 가입자 단말기가 사용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로밍이 이루어지려면 CDMA사업자간 협약을 체결하고 가입자가 해당지역으로 이동할 때 사전에 전산, 전화, 팩스를 통해 가입자 이동여부를 통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귀국 후 마찬가지 절차를 거친다. 예컨대 「특정가입자가 이동하니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협조 요청공문을 보내면 해당지역 서비스 사업자가 이를 승인하는 전근대적인 로밍 방식이다.

요금정산문제도 까다롭다. 이동지역 서비스 사업자가 요금을 계산한 뒤 이를 다시 원래 로밍 서비스를 요청한 사업자에게 통보해 요금을 정산한다. 이 경우 모국에서 걸려온 전화도 모두 국제전화요금으로 처리된다. 3국간 협의에 의해 국제전화요금을 국내 전화요금의 2배 정도로 정산하자는 협의가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스마트 카드를 통해 이런 복잡한 절차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로밍에 대한 국제 표준안인 「NO.7」 로밍기능을 첨부해 단말기를 켜는 순간 가입자 인증절차를 처리하는 방식이다.(2안)

3국간 사전 협의를 통해 망을 네트워크로 연결했기 때문에 가입자가 여행전 신고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해당지역으로 이동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해당지역에서 단말기를 켜는 순간 특정국가 가입자임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절차상의 불편함은 아무것도 없다. 말그대로 자동 로밍인 셈이다.

가입자가 이동지역에서 전화를 사용할 경우 아무런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사용요금과 관련된 전산자료도 전화를 끊는 순간 원래 가입자가 소속된 사업자로 데이터가 전송된다.

유럽 GSM국가들은 바로 이 방법을 사용한다. 한·중·일 3국간의 국제로밍추진도 2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3국 글로벌 로밍 추진 의의 =3국의 글로벌 로밍이 성공을 거둘 경우 아시아 지역 통신시장은 물론 전세계 통신시장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발전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 한·중·일 3강이 구심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3국의 글로벌 로밍 추진이 한·중·일 3국의 아시아 통신시장 주도권 회복 운동으로 비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3국은 궁극적으로 아시아지역에서 통신블록을 구축, 유럽·북미 통신사업자들의 시장공략에 대한 공동전선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 통화권 구축이 갖는 의미도 크다. 3국간 교류 확대는 물론 문화적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IS95C, IMT2000으로 국제로밍이 활성화 될 경우 3국간의 통신시장 통합을 넘어 콘텐츠 교류 등이 확대되어 문화적 통합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주목할 분야는 통신업계의 아시아 시장 진출 가능성이다. 국제로밍, 협력각서 체결 등으로 3국간 협조무드가 조성될 경우 대규모 해외투자를 위한 공동보조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동일 문화권인 아시아 지역에 대한 통신사업 진출을 추진할 경우 성공가능성은 크다. 이밖에 국제 로밍이 성사될 경우 ITU 등 국제 표준을 주도하는 기구에서의 아시아 국가들의 발언권도 대폭 강화될 수 있다. 3국의 이해에 맞는 공동 표준 구축, 공동이해기반 관철 등의 노력도 가시화될 수 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