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시장의 주도권이 양분화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TFT LCD 대형 모델의 가격급락이 8∼10인치 이하 중소형 시장은 일본, 10인치 이상 대형 시장은 한국과 대만업체들이 주도권을 차지하는, 이른바 「양대 주체론」을 현실화시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대 주체론의 배경으로 3국 업체들에 의한 대형 액정패널의 가격인하를 꼽고 있다. 대만의 저가공세로 야기된 가격하락은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이에 대항해 가격을 잇따라 내리면서 가속화됐다고 전했다.
15인치형 패널의 경우, 신규 진출한 대만업체들이 시장기반 다지기를 위해 지난해 말 300달러 전후의 싼 가격으로 판매에 나섰고, 한국업체들도 원가 경쟁력의 기반이 약한 업체들의 시장탈락을 노린 저가공세에 들어갔다. 일본업체들의 경우 당초 가격보다는 생산량 확보를 우선시해 수주해 왔으나 한국과 대만의 가격인하 공세에 어쩔 수 없는 출혈경쟁으로 맞섰다.
특히 세계 PC시장의 판매 둔화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3국 업체들이 재고처리를 위해 일제히 물량을 내놓아 가격하락 기조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15인치형 패널의 수요처 가격은 장당 330∼350달러로 올해 들어서만 이미 30% 가까운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거의 절반 가격인 셈이다.
일본경제신문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액정패널의 경우, 수주량이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업체들의 가격인하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많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양극화는 한국과 대만업체들이 대형 액정패널시장을 주력시장으로 고집하고 있고 일본업체들은 최근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휴대폰 단말기 및 개인휴대단말기(PDA)용 중소형 액정패널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본경제신문은 진단했다.
또 한국과 대만업체들이 대형 시장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대형 액정패널의 제조를 위해 생산효율이 높은 최신 설비를 이미 도입한 상태며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를 무기로 가격하락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원인이라고 분석됐다.
대만업체들의 경우 『대형 액정패널시장에서 당분간 적자를 보더라도 생산을 계속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업체들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대형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독보적인 시장 주체로 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반해 일본업체들은 대형 액정패널의 재고 급증이 가격 하락폭을 부채질하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 대형 패널의 감산과 과감한 재고처리를 단행하고 향후 주력시장을 중소형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샤프 등 대형업체들이 중소형 독자개발 액정패널을 출시한 상태며 향후 수요처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기술력으로 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