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라인 가동률을 줄여 D램 반도체 감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D램 가격이 생산원가를 밑돌아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됨에 따라 비싼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은 어느 정도 막겠다는 의도다.
현대가 감산으로 채산성을 어느 정도 호전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가격이 크게 떨어져 반도체업체들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밑지는 것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현대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감산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세계 PC시장이 전년보다 16%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이것은 예년에 비하면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다. 유럽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컴퓨터 수요가 늘고 있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당분간 소비심리가 회복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컴퓨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틈새시장이 그리 활성화될 것 같지 않은 것도 반도체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가격의 하락세가 어느 정도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반도체가격이 너무 떨어져 사실은 가격상승이 절실하다.
현대의 감산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줄임으로써 채산성을 어느 정도 악화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세계시장에서 반도체가격을 오름세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현대가 감산을 할 경우 전체 생산량의 10% 정도일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재 D램을 생산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이 감산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감산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나 미국의 마이크론 등 반도체업체가 자발적으로 동참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지난 98년에도 반도체업계는 감산을 한 적이 있다. 반도체경기는 보통 4년 주기를 갖는다. 그 당시에도 반도체 초과공급으로 인해 반도체가격은 크게 떨어졌고 우리 반도체업체들과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감산을 단행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반도체경기는 어느 정도 회복의 기류를 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반도체 감산은 업체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감산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담합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체들이 생산비를 밑도는 반도체가격을 받아가면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별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결정해 시행하면 될 것이다.
아무튼 현대가 자체적으로 반도체 감산에 나설 경우 다른 반도체업체를 자극해 자연스럽게 감산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것이 어려움에 처한 반도체업계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