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테크놀로지 김재중 사장 jikim@yestech.co.kr
통신수단 발달과 의식구조 변화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솔루션들이 출현하고 있다. 그 기술발전 및 보급속도는 우리가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가진 「음성언어」만큼 감정과 의사를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을까.
20세기 이래로 음성언어의 유용성을 사람이 아닌 기계에 적용, 인간의 유용하고 편리한 의사표현 및 소통수단을 보다 넓게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가 전세계적으로 추진돼 왔다. 이러한 시도들은 음성합성·음성인식·화자인식 등의 음성정보기술의 발달을 유도했다. 특히 기계가 인간의 음성을 알아듣고 그 결과를 수행하는 음성인식기술이야 말로 음성정보기술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MIT대학이 발간하는 「테크놀로지리뷰」지는 최근호에서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10대 기술 중 하나로 음성기술을 꼽았다. TMA어소시에이츠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음성정보기술 제품의 세계시장 규모가 올해 약 120억달러, 내년 220억달러, 2003년 380억달러로 급격히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기술국은 음성인식 분야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70년대부터 장기적인 지원체제하에서 국가주도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기반기술을 확보했다. 그들은 1980년대부터 음성인식 관련 상품화를 시작해 90년대 중반 이후로 초기 시장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특히 미국에서는 텔레퍼니를 중심으로 실생활 응용분야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매년 시장규모가 100% 이상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음성정보기술산업은 80년대 후반부터 대학·연구소·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돼 90년대 초부터 일부 제품의 상품화가 진행됐다. 지난 99년 이후로 다수의 음성전문업체가 설립돼 연구개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반기술이 취약한 상태다. 일반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을 가진 해외업체가 속속 한국시장에 진출할 조짐이어서 국내시장 잠식 및 기술종속의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음성정보기술산업 기반이 취약한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차원에서의 정책적·장기적인 육성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중소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돼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산·학·연 협력체제의 미비, 원천기술 및 인프라 부족, 전문인력 부족, 공통 음성데이터베이스(DB) 빈곤, 공인된 평가기관의 부재 등도 국내 음성정보기술산업 발전에 딴죽을 거는 요인들이다.
특히 음성인식 및 합성기술을 응용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추출된 대규모 음성DB가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전담기관조차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음성DB를 구축하는 선진 기술국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따라서 국내 음성정보기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하에 제도적으로 유망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산·학·연 협동연구체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공통 음성DB 및 기술정보DB 구축, 전문인력 양성 및 확보, 음성정보기술 관련 학술활동 지원강화를 통한 기술 인프라 구축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그나마 정부가 나서 음성정보기술 관련 협의체를 구성한 점이 다행스럽다. 그러나 산업자원부가 「음성정보기술산업협회」를 설립하고 정보통신부가 「음성정보처리산업협의회」를 설립하는 등 각각 동일한 성격의 음성정보기술 관련단체를 구성한 것이 문제다. 두 부처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음성정보기술 관련 업체들로서는 어느 한 쪽을 등한시 할 수 없어 복수가입을 추진하는 실정이다.
이제 국내 음성정보기술도 정보기술(IT) 분야와 접목되면서 연간 약 4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태동기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산자부와 정통부 간에 적절히 역할을 분담, 관련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