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정보기술(IT)화를 위한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실무 주관부처인 산자·중기청을 비롯, 정통부가 후방 지원을 맡고 각급 지방자치단체·경제단체 등이 전면에서 뛸 예정이다. 실무 정책 관련부처의 규모나 전국적인 지원범위 등에서 지금까지와는 보기 드문 사례다. 정부와 협회·단체 등 유관기관들은 13일 「1만개 중소기업 IT화 촉진대회」와 14일 「정책 설명회 및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태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의 핵심경쟁 기반인 IT화 지원을 위해 범 정부차원에서 돕겠다고 나선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모범』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점 추진방안 =이번 사업의 요체는 궁극적으로 구멍가게식 기업운영에서 탈피해 중소기업에도 「지식형 경영체계」를 심자는 목표다. IT는 이를 위한 주춧돌이 되는 셈이다. 전체적인 지원규모는 내년까지 총 1만개 중소기업, 지원예산은 164억원 수준이다. 구체적인 시행방법은 해당 중소기업별로 현실을 고려한 다층적 접근이다.
기본적인 IT인프라를 이미 활용중인 기업과 환경이 열악한 기업을 구분해 시급한 솔루션부터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낙후된 8000여개의 중소기업들은 기초적인 사내정보화용 소프트웨어(SW) 도입에, IT화 초기단계의 2000여개 기업들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에 각각 주안점을 두고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이 가운데 비교적 IT활용도가 높은 1500여 기업들에는 B2B 등 추가적인 지원도 예상된다.
이미 산자부와 중기청은 이같은 비전 아래 이달부터 본격적인 지원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8일부터 전국 12개 지방 중기청을 통해 IT화 지원신청 접수에 들어가는 한편, 희망 중소기업들에 한해 확인서를 발급하고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를 종전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크게 확대키로 했다. 중기청은 지난 9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현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순회설명회를 개최, 폭넓은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기대효과 =현재 국내 중소·벤처기업은 280여만개에 육박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를 1000만명 수준으로 가정할 때 10명중 3명꼴로 기업경영에 참여하고 있을 만큼, 중소기업은 국내 경제의 뿌리다. 이 가운데 1만개를 특별히 선정, 내년까지 164억원을 투입해 IT화를 지원하겠다는 이번 사업은 다분히 「상징적」 의미가 크다. 비록 164억원이라는 왜소한 지원규모를 고려하면 그 실효성에 고개를 흔드는 시각도 있지만, 열악한 중소기업 환경에서는 적지 않은 종잣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이번 사업을 계기로 향후 중소기업 전반에 IT 확산을 유도할 수 있는 불씨를 제공할 것으로도 보인다. 13일 행사에 참석한 캉가루 박상대 사장은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IT 도입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e비즈니스 대열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들에도 합리적인 경영관행이 확산돼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횡행하고 있는 각종 부조리와 비효율적인 업무관행이 IT 도입에 힘입어 대폭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인터젠컨설팅 박용찬 사장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제계 전반의 투명지수를 높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사회·문화적인 인식개선에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차세대 국가경제의 견인차인 IT업종에는 공동 활로를 제공할 전망이다. 저렴한 비용에 SW를 도입, 운영할 수 있는 온라인서비스임대업(ASP)이나 B2B 등 전자상거래 업계에 수요기반을 확충시킬 수 있는 것이다. ASP 전문업체인 에이폴스 김윤호 사장은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종과 IT업종이 공동 발전을 모색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이번 사업은 전국 각지에 산재한 40여곳의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를 통해 IT 전문인력도 대거 배출하게 되는 등 다양한 전후방 연관효과가 예상된다.
◇과제=참여주체와 시대적 명분, 지원예산 등 실질적인 채비는 갖췄지만 정책집행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난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예상되는 문제점은 유관 부처와 각급 단체·기관별 강력한 업무 공조체계 구축이다. 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산자·정통부의 고질적인 경쟁관계가 부작용을 낳을 조짐』이라며 『최근에는 산자부의 외청인 중기청마저도 돌출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업이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게릴라식 지원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공조는 더욱 필수적이다. 또한 참여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IT화에 지원예산을 쓸 수 있도록 관리·감시하는 점검체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먹구구식 예산배정과 관리미비로 산업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1만개 중소기업 IT화는 또 다시 「전시행정」의 전례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