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샌프란시스코간에 운항하는 대한민국 국적기를 타보면 유난히 젊은층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특별한 비즈니스 임무를 띠고 본국과 실리콘밸리를 드나들면서 실리콘밸리드림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한국인 기업가들은 반드시 매스컴에 보도된다. IPO에 가면 미국 매스컴에서도 찬사와 함께 성공 스토리를 다룬다. IPO 또는 호조건의 MA로 매스컴에 뜬 우리 기업가는 한자리 숫자를 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한국인 기업가들이 말하는 경험을 토대로 실리콘밸리 진출전략을 정리하면 대략 10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현지 성공기업가들의 어드바이스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공개(IPO)로 성공한 한국인 기업가들의 공통의견은 선발주자들이 말하는 어드바이스를 이미 숙지한 얘기로 일축하고 간과해 버린다는 것이다. 「경영학개론」 강의 정도로 흘려 들어버리기 때문에 솔직히 더 이상 얘기해 주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에베레스트산 등정을 할 때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사람들의 안내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투명경영은 절대절명의 과제다. 사장 마음대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자의적으로 자금을 집행해서는 안된다. 경영팀(CEO, CFO, VIP, 때로는 COO)과 이사회(board of directors)의 심의, 결정, 통제에 따라 사장(또는 CEO)은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시각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우리 기업가들의 투명성 문제다.
셋째, 경영권(ownership)에 집착하지 말?지분분배를 통해 철저히 현지화(localization)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경영권 방어라는 차원에서 지분을 51%로 고집하거나 심지어 80% 이상을 주장하는 한국 벤처기업가도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지역 상장기업이 IPO에 진출할 때 창업주 지분은 평균 18%다. 그리고 유수한 대기업의 경우는 10% 이하다. 현지 유능한 경영팀(CFO, 마케팀담당 부사장) 및 이사회 이사(board member)를 영입하기 위해 과감히 주식지분을 분배해야 한다. 기술자 출신 창업주는 CEO를 영입하고 자신은 CTO를 맡는 경우도 있다. 종업원에게도 주식지분을 적정하게 배분해 주기도 해야 한다. 아울러 경영팀이나 이사, 고문들은 현지 전문가들을 영입해야 한다.
넷째, 야전군에 버금가는 마케팅 팀을 조직해야 한다. 닷컴의 위기는 수익모델과 거리가 멀어 자초된 것이다. 미국 시장, 나아가 세계시장을 무대로 영업하기 위한 마케팅 팀은 경험있는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마케팅 전략에는 기업 이미지도 크게 작용한다. 기술개발은 우리의 우수 엔지니어가 맡고 마케팅은 현지인을 채용하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이름 있는 로펌(law firm), 유명한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는 것도 강력히 권장된다.
다섯째, 제품도 세계화 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은 대부분 국내시장 수요에 맞춰 개발되어 있다. 세계시장 수요에 맞춘 사양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섯째, 철저한 자금계획을 세워야 한다. 실리콘밸리 VC들의 평균 투자진행표를 보면 대부분 1차 투자 14%, 2차 30%, 4차 19%에 이어 끝내기로 10% 정도 투자가 이루어진다. 1차 투자를 받고 2차로 이어가지 못해 중도 하차한 닷컴들의 시행착오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VC 투자비율을 참고로 하여 자금 집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일곱째, 현지 인맥(head-net) 구축이 중요하다. 국내 기업활동에도 인맥은 가장 중요한 경영자원이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이사, 고문을 기반으로 폭넓은 현지 헤드넷이 구축되어야 한다.
여덟째, 실리콘밸리에서는 마케팅에 주력해야 한다. 한마디로 개발은 한국에서, 영업은 실리콘밸리에서 이루어진다는 양극체제 인력수급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개발책임자급, 개발설계팀 일부는 실리콘밸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파견될 수 있으나 개발팀의 전체 엔지니어가 현지에 파견될 필요는 없다.
아홉째, 자신감(confidence)을 가져야 한다. 소심하게 시작해 성공하는 사례는 없다. 실리콘밸리 통계로는 창업벤처기업 1만개사 중 4개사 정도만 IPO까지 간다고 한다. MA되는 경우는 IPO의 4배수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투를 연상케 하는 실리콘밸리 전선에서 언어, 경험, 인맥을 인프라로 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공격경영은 곧 성공의 열쇠다.
마지막으로, 성공모델을 흉내내야 한다. 이미 성공한 기업을 모델로 정해 모방경영을 해야 한다. 막연한 목표를 향해 막무가내로 달려가는 것보다 확실한 모델을 앞에 두고 따라가는 행보는 훨씬 안전하게 성공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