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소기업의 전산실에 근무하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 많은 기업들이 대책을 마련하느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물론 SW를 불법복제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많은 부분 잘못이 있다. 하지만 현재 단속을 하는 방법과 단속기관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미 SW 불법복제가 만연돼 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단속에 의해 기업을 범법자로 만들고 정품 구입비용과 벌금을 부과해 사정이 어려운 기업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보다는 충분한 홍보와 자료를 제공해 기업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고 정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단속 대상 프로그램의 종류 및 리스트를 알고 있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
내가 있는 회사는 과거에 SW 불법복제 단속에 걸린 경험이 있어 평소에도 철저히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PC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직원 개개인들이 불법으로 설치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통제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단속 대상 프로그램의 리스트가 계속 업데이트되는 검진 프로그램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겠기에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에 문의를 했다. 하지만 SPC는 단속에만 혈안이 돼 기업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검진 프로그램을 공개할 용의가 없냐고 전화로 문의하니까 담당자는 『그 프로그램은 단속을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기업의 전산담당자 입장에서는 그런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소에 회사 컴퓨터를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으므로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찾아내 지우거나 업무에 꼭 필요하다면 정품을 구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SPC 홈페이지에는 단속 대상 프로그램 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회원사 로고만 있는데도 담당자는 홈페이지를 참고하라고만 했다. 꼭 리스트를 알고 싶으면 정식 공문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정말 기가 막혔다. 기업들이 건전한 방법으로 정품 SW를 사서 쓰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그들의 할 일이 아닌가.
이민병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