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여성 정보화의 현주소

◆여자와닷컴 김효선 사장 sunhk@womandream.com

인터넷 이용자 1700만명, 이동전화 가입자 2750만명, 인터넷 도메인 수 52만. 지난해 말 현재 디지털 한국의 자화상이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산업은 역사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제 생활의 일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여성 인터넷 사용자수는 급격히 증가해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50%에 달하고 있다.

한국 여성정보화의 원년은 지난 94년이었다. 컴퓨터 통신에 여성동호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들은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보다 솔직하고 자유로워졌으며 이는 곧 공유의 개념으로 발전해 오프라인에 흩어진 여성을 하나로 묶는 큰 계기가 됐다.

여성정보화는 본격적인 컴퓨터 세대라고 할 수 있는 94, 95학번이 실질적인 원동력이다. 이들은 선배와는 다른 방식으로 넷파워를 이용해 여성운동의 효율성을 높여 나갔고 졸업 후에도 「영 페미니스트(Young Feminist)」 집단을 형성해 여성운동의 새로운 세대로 성장했다.

여성정보화의 또 다른 큰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은 주부층이다. 이들은 PC통신에서 주부동호회로 활동하면서 사이버공간에서 집단적인 파워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주부동호회에서 활약하던 주부들은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일약 스타로 성장했고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취업 또는 창업하거나, 유명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99년에 초고속통신망이 깔리고 주부 100만 인터넷교육이 호응을 얻으면서부터 여성정보화 교육이 본격화됐다. 지금 주부들은 초보 단계를 지나 고급 단계의 교육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업계에서는 여성을 잠재적 소비집단으로 인식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쇼핑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여자로 집계됨에 따라 대형 사이트들이 쇼핑몰을 여성 취향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다.

정보화시대는 여성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집안에 갇혀 있던 여성에게 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와 사회적인 삶을 가져다 주었다. 바로 여성의 시각에서 지식 확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흩어진 모래알 같던 여성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창조하며 연대하는 법도 배워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화는 여성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넓혀줬다.

특히 벤처업계에서는 수많은 여성이 전문인력은 물론 임원진·최고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경제가 근육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던 산업사회와는 달리 지식과 논리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 신경제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물이다.

그러나 아직 한계는 남아 있다. 남성과 여성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두 배 이상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격차란 계층·성별·지역·소득간에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불평등해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무리 초고속인터넷 확산 등 국내 디지털 인프라의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더라도 남성 위주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여성정보화는 수치상의 평등을 갖고 논할 수 없다. 네티즌의 50%를 여성이 점유하고 있다고 해도 내실 있는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포장만 그럴듯한 여성정보화 사회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정보화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단계는 디지털화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는 「컴맹 탈출 단계」고, 두 번째는 디지털이 생활화하는 「생활 단계」며, 세 번째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서 주장하고 권익을 행사할 수 있는 「여티즌 단계」다.

현재 한국의 많은 여성은 컴맹 수준은 벗어났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티즌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것이 진정한 여성정보화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다.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주체는 여성이어야 한다. 디지털 격차에 대한 여성들의 진정한 자각 없이는 정보사회의 미래도 결코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