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농산물 유통의 인터넷 혁명

◆조이인박스 염상열 상임경영고문 syyoum@joyinbox.com

채소·과일·화훼 등의 농산물은 유통상 어려운 점이 많다. 부피가 크고 무거우며 용적에 비해 값이 저렴하지만 신선도가 떨어질수록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은 현대사회의 복잡한 산업화와 소비구조의 다양성 및 지역간 운송, 수요공급의 괴리 등으로 산지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물류비용이 수반된다.

농산물은 대부분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유통된다. 최종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생산자-산지수집상-도매시장-중간도매인-소매상-소비자라는 필요 이상의 유통단계가 발생한다. 자연히 각 과정을 거칠 때마다 마진과 물류비용이 발생, 소비자가 구입하는 값은 생산자의 출하가에 비해 몇 배 높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개설, 산지에서 직접 장터에 출하해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는 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터는 체계화되고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못한 채 산발적이고 부정기적인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거래장소의 한정성, 구매시간의 부적정성 등 시간과 공간의 제약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엔 기존 유통단계를 축소시키기 위해 「소비지 대형물류센터」와 연계, 직접 생산자단체로부터 농산물을 집하시켜 구축된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은 여전히 도매시장 유통체계가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2∼3년새 인터넷을 활용한 혁신적인 유통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전자상거래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가입자만 1800만명을 웃돌며 아시아국가 가운데 PC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정보통신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로 인해 전자상거래는 21세기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앉아서 농산물을 검증하고 제공되는 상품정보를 통해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디지털 농산물 유통 중장기 추진 계획」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농축산물 유통 및 물류 기반의 획기적인 개선과 전자상거래 환경 도입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림부는 이에 따라 오는 2005년까지 e마켓을 통한 유통물량을 전체 농산물 소매시장의 2%에 달하는 2조원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농축산물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던 유통·물류 구조 개선을 필두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B2B 전자상거래 환경 조성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망 농산물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화훼산업 역시 최근 인터넷혁명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우수 화훼농가와 화원을 인터넷으로 연결, 산지에서 직접 생산 및 채화된 꽃을 저온물류시스템(cold chain system)을 이용해 화원에 분배하는 화훼 공급망관리(SCM)시스템까지 선을 보인 상황이다. 이러한 화훼 B2B는 기존 4∼5단계 유통과정과 도매시장의 수수료 및 마진을 절감하고 물류비용을 줄임으로써 화훼유통의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농산물의 B2B사업은 농업분야 특유의 더딘 성장속도 때문에 급격하게 발전하기 보다는 완만하게 발전, 정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라는 시대적인 요구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 등이 맞물려 농산물 유통시장 또한 인터넷혁명을 비껴 가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