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린 기도를 하느님이 읽으실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사이트들이 최근 속속 문을 열면서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 인터넷 고해성사의 유효성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고해성사는 마호가니나무로 만든 방에 혼자 들어가 작은 틈으로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는 천주교의 전통적인 종교의식. 그러나 최근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되고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늘어나면서 이용자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고해성사실 밖에서 불안해하며 기다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신자들에게 큰 매력이다.
가장 유명한 사이트는 앱설루트온라인닷컴(absolute-online.com)이다. 이곳에서는 고백할 죄목을 마음의 죄, 육체의 죄, 보통 죄 중에서 선택하게 하고 각 분야는 다시 세부적인 죄목을 예로 들어서 제시하고 있어 이용자들은 자신의 죄를 선택, 마우스로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이 사이트에서 시험삼아 살인죄를 선택해본 적이 있다는 한 이용자는 『살인죄를 클릭하자 정당방위, 실수, 고의적 살인 중에서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떴고 고의적 살인을 클릭하자 컴퓨터는 5일간 금식하라는 명령과 함께 죄를 용서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니터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용서하노라」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보고 경건함과 장난스러움이 섞여있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종교의식을 그대로 흉내낸 사이트가 있는 반면 게시판 형식의 「공개형 고해성사」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낫프라우드닷컴(notproud.com)은 자신의 죄를 주관식으로 기술해서 사이트에 올리도록 하고 있는데 이중에는 「오늘은 바빠서 여기까지만 고백하겠습니다」 따위의 장난스런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교단측은 『인터넷으로 기도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짓』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아일랜드의 미첼 드럼 신부는 『모든 종교의식은 인간적인 교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고해성사를 하는 꿈을 꾸었다고 그것이 고해성사를 대신할 수 없듯이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은 모두 말 그대로 가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영국성공회와 유태계 가톨릭 단체들도 『인터넷 고해성사는 무효』라는 게 공식입장이다.
미첼 드럼 신부는 『최근 고해성사를 하는 신도들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인터넷이 신도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매우 유용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예배와 고해성사마저 온라인화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신도들은 『과거 영국에서는 편지로 고해성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 않았느냐』며 『종이편지는 되고 e메일이나 웹에서는 안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 신도는 『고해성사를 위한 사이트가 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증거』라며 『교단측이 좀 더 전향적으로 신도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