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시내전용시장에서 독점적 지위 활용

한국통신(KT)이 시내전용회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공동파트너인 초고속인터넷 빌딩·아파트(B&A)사업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KT와 B&A사업자의 관계 = KT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후발주자 위치에 있던 자체 사정에 따라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초고속인터넷 B&A사업자들과 공동보조를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KT가 독자적인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사업을 초고속인터넷부문의 주력사업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양자의 관계는 공동협력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직접경쟁체제로 전환됐다는 게 B&A사업자들의 주장이다.

◇KT의 횡포 = B&A사업자들은 특히 『최근 들어 KT가 ADSL사업을 주력으로 설정하면서 전국적인 B&A 가입자 규모를 지난해 말 40만명 수준에서 동결한 채 신규 B&A 가입자 유치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며 『이 때문에 B&A사업자들이 궁지에 몰린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B&A사업자는 보다 많은 가입자를 유치해 설치비 및 이용료 대부분을 KT의 전용회선료로 내고 나머지를 수익의 전부로 삼고 있는 사업 형태여서 KT의 B&A사업 중단은 새로운 수익 확보선의 차단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한국통신의 B&A사업자로 선정돼 출발한 8개 업체 중 절반인 4개 업체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으며 남아 있는 사업자도 KT의 독점적 지위에 눌려 사업 포기 직전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라는 것이다.

『KT의 일선 전화국 담당자들도 B&A 가입자 유치에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 B&A 가입자들에게 설치 변경 등의 비용부담을 안고서라도 ADSL상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등 불공정한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고 B&A사업자들은 비판한다.

B&A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그간 사업자당 400억∼500억원의 투자비를 들여 장비설치를 해놨는데 한국통신이 전용회선을 주지 않으면 고철 덩어리에 불과한 시설이 되는 것』이라고 종속적 입지를 설명하며 『현상황이라면 우리는 토사구팽 일보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독소조항 가득한 전용회선 계약 ● 여기에 지난해 4월 B&A사업자들과 한국통신 사이에 맺어진 사업협정도 불평등한 계약 조건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B&A사업자들은 전용선 설치 후 서비스가 시작되고 그 시점부터 3년이 경과하면 모든 시설이 한국통신에 귀속되도록 한 것은 독소 중의 독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서비스 기간인 3년 동안 설치비 전액과 개별사용료 60%를 받는다 하더라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설 전부를 한국통신이 갖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기존 1Mbps 기반시설을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2Mbps 수준으로 교체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이것까지 3년이라는 규정을 적용할 경우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권리를 한국통신에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흥정보통신·오버넷·인프라넷·한국통신진흥 등 4개 B&A사업자는 지난달 초 한국통신에 B&A 가입자 유치확대 목표 설정, 불평등계약 조건 개선 등의 요구를 담은 공문을 발송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책은 없나 ● KT와 B&A사업자의 관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 강화와 시내전용회선의 경쟁체제 도입이 거론된다. 특히 관리감독 강화는 당연한 과제다. 나아가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지만 시내전용회선 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유통질서를 파괴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KT의 시내전용회선 점유율은 경쟁체제가 정착한 시외 및 국제구간과 달리 98% 이상에 달한다.

<이진호기자 j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