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면 국내 최초로 전력거래소라는 것이 탄생한다. 전력거래소란 다수의 전력생산자와 다수의 판매자가 전력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해주는 시장으로 마치 증권거래소와 같은 곳이다. 화력이든 수력이든 원자력이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전력은 전력거래소의 정밀한 전산시스템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질서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되고 또 체결된다. 전력의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중개자, 즉 마켓플레이스인 셈이다.
앞으로 한전내에 있던 6개 발전소도 조만간 각기 다른 독립법인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각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입해 각 공장이나 가정으로 전력을 판매하게 된다. 전력의 생산과 공급 주체는 한전이라는 등식에 익숙해져온 일반인들에겐 매우 생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전력거래소의 탄생은 전력의 생산과 공급, 그리고 소비라는 일련의 과정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우선 전력거래소의 탄생과 발전소의 독립으로 이제까지의 가격체계와는 달리 어디서 생산한 전력을 쓰는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전력판매자가 전력거래소에서 가장 싸게 전력을 파는 발전소에서 구입해 이를 각 가정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의 품질도 매우 중요해진다. 전력판매자가 값도 값이지만 가장 양질의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화력이든 원자력이든 수력이든 발전소들은 이제 냉엄한 시장질서에 따라 전력의 품질과 가격은 물론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국민은 보다 양질의 전력을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고 발전사업자들도 경쟁을 통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낳게 한다.
그러나 현실이 모두 이 같다는 보장은 아직 섣부르다. 의약분업에서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편의 재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전력거래소는 아직 미완의 기형적 시장이다. 전력공급자(발전사업자)는 복수지만 전력수요자(판매자)는 한전 독점이다. 다수의 공급자가 단독의 수요자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라 완전 시장경쟁체제가 아니다.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은 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라는 게 여전히 한전 한곳뿐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총아인 전력거래소가 제2의 의약분업이 되지 않기를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경제부·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