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623)

새로운 모험<23>

남해의 요트 선실 안에서 모의를 한 자금지원 계획은 실행에 옮겨졌다. 처음에 나는 지원하려고 하는 예비 후보자들을 당의 이름을 빌려서 만났으나, 일을 착수하는 것은 개인자격으로 했다. 당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바로 공천을 뜻했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당에 분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 함정을 빠져나가는 일은 내가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당의 재정위원장이 지지하는 일은 곧 공천이라는 암시를 내포하고 있었고, 그것을 알고 있는 당사자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나는 아주 고약한 것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돈을 뿌리고, 밀실에서 음모하고, 서로 약속을 하고 다짐을 받는 일이었다. 이러한 일을 하는 데는 심복이 필요했다. 나는 서너 명의 심복을 선정해서 이러한 일을 돕도록 했다. 그러나 자금을 지원하려고 하는 예비 후보자들의 면담이라든지, 돈을 건네는 일은 직접 하였다.

인천 송도, 바다가 보이는 강문수의 개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육로 운송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하였다. 그는 십여년 동안 사업에서 생기는 모든 수익을 지역 복지를 위해 사용했다. 인근 지역의 고아원이나 양로원은 물론이고, 지체부자유 복지원에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구청을 비롯한 각 동에 체육 시설을 세웠다. 그는 사업체에 재투자하지 않고 계속 복지 사업에 돈을 내놓았다.

『복지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낸 결과인데, 사업체가 파산할 정도로 자선 사업을 한 것은 무리한 일이었지 않았나 합니다.』

나의 말에 그는 빙끗 웃더니 설명했다.

『이것저것 다 챙기면서 어떻게 복지 사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회사가 망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트럭 전복 사고만 나지 않았어도 부도가 나지는 않았을 텐데.』

『보험에 들어 있었습니까?』

『보험만 가지고 해결하지 못하지요. 어쨌든 후회하지 않습니다.』

『십년 전부터 자선 사업을 하셨는데, 특별한 뜻이 있었습니까?』

『우리끼리 얘기지만.』 그는 주위를 힐끗 돌아보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치에 야심이 있었지요. 십년간 공들였던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약간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자선 사업에 열중한 것을 순수한 의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의 말은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그런 일을 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