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월드] B2B와 P2P

브루스 맥케이브/가트너 아태지역 B2B 리서치 담당이사

『e마켓플레이스가 없어도 머지않아 고객들은 우리의 웹사이트와 경쟁업체 웹사이트간 가격 비교를 통한 구매에 나설텐데 왜 지금 이런 투자를 해야 하는가.』 e마켓플레이스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자본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호주의 한 금융업체 CIO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e마켓플레이스, 거래소(exchange) 또는 상거래 허브(trading hub)에 대한 관심과 함께 「피어-투-피어(P2P :Peer-to-Peer)」의 위력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내포돼 있다.

최근 P2P가 갖는 위력을 보여주었던 예로는 냅스터를 들 수 있다. 냅스터는 소비자들에게는 경이적인 서비스였지만 음반회사들의 법적 반발 역시 엄청났다. 따라서 상거래 촉진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온라인 상에는 냅스터와 같이 B2C 지원을 목표로 하는 많은 사이트들이 존재한다. 검색엔진처럼 보이는 마이사이먼(http://www.mySimon.com)은 단 한번의 조회로 책·CD 및 기타 항목을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목록화해 보여준다.

현재 소비자들은 1, 2개의 사이트에서 가격을 찾아보는 수준에서 벗어나 포털을 이용하고 있으며 또 여기에서 비교해 주는 수천개의 사이트들을 보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보다 정교하고 강력하며 융통성이 뛰어나다. 또 오프라인 검색과 사용자 정의가 가능한 규칙들을 내장하고 있다. 규칙을 통해 아주 간단하게 여러 제품을 비교하면서 쇼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더욱 발전해 궁극적으로 B2B 전자상거래를 장악하게 되고 온라인 중개의 필요성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호주의 CIO가 걱정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년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B2B 구매는 유명한 웹 소매 사이트에 비해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냅스터는 필요한 데이터가 음악제목과 파일 유형뿐이었기에 운영이 쉬웠다. 그러나 B2B 상거래에는 리스크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복잡한 제품설명 정보와 정교한 인증체계, 승인, 보안 및 지불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제품 코드, 인보이스 및 영수증 서식, 비즈니스 프로세스, 규칙 및 지불 메커니즘 등의 표준을 정해 합의해야 한다.

폐쇄된 형태의 비즈니스 커뮤니티 안에서는 이런 표준화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대규모 B2B 상거래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서 증명된 바와 같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나아가 개방된 P2P 웹 상거래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표준을 실현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같은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XML 기반 표준이 부상하고 있지만 수백가지의 서로 다른 표준과 표준화 기구가 경쟁하고 있으며 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승자도 없는 상황이다.

B2B 상거래의 통합표준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자동화 에이전트의 처리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구매 업체의 구별과 구매 우선 순위를 설명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는 있지만 복잡한 구매의 경우에는 수작업에 의해 구매를 하는 것보다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신용카드, 보험, 조달 및 유통, 그리고 법무 및 금융자문과 같이 상당한 부가가치를 갖고 있는 서비스들이 통합되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중개업체들의 비즈니스 사례는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금방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P2P인프라가 B2B업계에서 발전하는데는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또 발전하더라도 모든 상거래 중개업체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e마켓플레이스 투자자들은 이로부터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다. 하나의 업종에서 상거래를 위한 기본적인 장소를 제공하는 것 외에 별다른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들은 전망이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