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논설실장 hdlee etnews.co.kr
도가의 창시자인 중국의 노자(老子)는 지도자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고 한다. 첫째는 백성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지도자이고 둘째는 백성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이며 셋째는 백성들로부터 흠모와 칭찬을 받는 지도자라고 했다.
그러나 노자는 이에 덧붙여 최상의 지도자는 『백성들이 지도자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의 지도자』라고 말했다. 노자는 이를 「무위(無爲)의 정치」라고 했다.
또 후대에 중국역사상 정치를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의 일생을 그린 「정관정요」라는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당 태종도 지도자의 기본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국사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마음가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같아야 한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좋아질 때 의사는 긴장해야 한다. 만약 호전된다고 방심하면 병은 악화되기 쉽다. 천하가 조용할 때는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생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그는 이 말처럼 사심없이 공정한 정치를 해 백성을 사랑하고 학문을 발전시켜 그의 치세를 「정관의 치(治))」라고 부른다.
요즘 우리 사회에 리더십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심지어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권에서조차 「정치 리더십의 상실」을 걱정할 정도다. 리더십이 진공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과 금융·연구소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지금의 어려운 경제난국을 극복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다.
지금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우선 건강보험재정이 파탄위기를 맞았고 실업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자금도 모자란다고 한다. 교육문제도 심각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불안으로 우리의 경제전망도 낙관하기 어렵다. 국가부채는 지난해 119조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2조원이 늘었다고 한다. 정보의 보고라는 인터넷에는 음란사이트에다 자살사이트, 폭탄제조사이트 이제는 병역기피사이트까지 등장해 그 해악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우리는 진솔한 반성과 대책 마련보다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와 네 탓 타령만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건강보험재정 파탄위기 사태만 해도 그렇다.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보건복지부만 돌팔매를 맞고 있다. 해당부처의 책임이 가장 크고 그에 걸맞은 문책과 책임규명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내각 등은 책임질 일이 없단 말인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혀 문제 없다』고 큰소리 쳐 놓고 이제는 얼굴 돌리고 서로 발뺌하기에 바쁘다. 잘한 일은 내 덕이고 못한 일은 네 탓이란 말인가. 공적자금은 벌써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돈다. 왜 그런가. 그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가.
이런 행태가 계속되면 리더십 공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상실한 채 책임 떠넘기기만 해서야 리더십 발휘는 불가능한 것이다.
리더십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의 스티븐 코비 박사는 그의 저서 「원칙 중심의 리더십」에서 지도력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두려움을 주는 지도력이고 둘째는 이익을 미끼로 하는 실리적 지도력이며 셋째는 원칙 중심의 지도력이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유형중 첫째의 지도력은 면종복배로 일시적인 통제 방법에 불과하며 둘째는 기능적이며 단순한 방법이고 셋째는 지도력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앞의 난제를 각계의 지도자들은 어떤 리더십으로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개인이나 정치권을 위한 정치·특정집단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원칙 중심의 국민을 위한 정치와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리더십 공백을 막고 국민이 흠모하는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