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 이율배반

최근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시선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에 쏠려 있다.

두 사업자는 공정위 명령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낮추지 못할 경우에는 매일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가입자를 털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과징금을 내지 않으려면 점유율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PCS사업자들은 011·017이 50% 미만으로 시장점유율을 낮추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011·017이 시장점유율을 낮출 경우 7월부터는 본격적인 가입자 확보전이 다시 불붙게 되기 때문이다. 그간 마케팅을 자제해온 011·017이 전면적인 가입자 확보전에 돌입하게 되면 PCS사업자에 승산은 희박하다. PCS사업자들은 6월 이후 가급적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천천히, 완만하게」 가입자 점유율을 낮춰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전면전을 피하고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소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도록 만드는 것이 PCS사업자의 바람이다. 011과 017의 점유율을 낮추는 것이 가입자 모집에 유리하긴 하지만 011·017의 손발을 묶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시장점유율보다 수익성을 올리는 데는 이같은 마케팅 전략이 절실하다.

우선 PCS사업자들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오는 6월까지 가입자 점유율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올해안에 50% 달성은 가능할지 몰라도 6월까지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입자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 한축에는 경쟁사업자인 PCS사업자들이 서 있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점유율을 낮추려 해도 경쟁사업자들이 동시에 가입자를 줄이면 불가능하다. 이미 지난 2월 PCS사업자들이 불량가입자를 줄이자 역으로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시장점유율이 다시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PCS사업자들은 이를테면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에 「가입자 줄이기는 내손 안에 있다」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PCS사업자들은 현재의 상황에 만족해 한다.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사업자 SK텔레콤을 「마음껏 요리하는」 시장점유율의 이율배반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이같은 상황이 탐탁지 않다. 호랑이가 거꾸로 여우의 눈치를 보는 이상한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