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인구는 약 900만명에 불과하지만 면적은 우리 한반도의 두 배에 달한다. 과거 스칸디나비아반도는 물론 발트해와 러시아 국경까지 영토를 확장했던 전통적인 강국이며 해상왕국 「바이킹」의 후예다.
스웨덴에 도착하면서 느낀 첫 인상은 「전통있는 왕국의 자존심과 여유」를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으며 「선진국다운」 질서와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에 와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스웨덴 사람들이 「작지만 실용적인」 발명에 재주를 타고났다는 점이다. 지퍼와 성냥, 베어링, 마우스,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발명품들이 모두 스웨덴에서 만들어졌으며, 1인당 특허출원건수를 국가별로 비교하면 스웨덴이 단연 세계 1위라고 한다.
또한, 스웨덴은 추운 기후와 열악한 도로에서도 잘 운행되는 「스카니아」와 「사브」 「볼보」같은 튼튼한 자동차와 트럭을 만들어왔다. 북유럽 최대의 통신서비스회사인 텔리야(Telia)와 세계 2위의 통신장비회사인 에릭슨을 보유하고 있다. 북극에 접해 있는 추운 나라, 스웨덴의 저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다.
2월 21일 아침에 만났던 스웨덴 산업부의 스테판 카렌 국장은 스웨덴이 이웃나라 핀란드보다도 앞선 「세계 1위의 IT국가」라고 하였다. 미국의 정보통신관련 전문조사기관인 IDC가 작년 4월 발표한 정보화사회지수 조사에 따르면, 「세계 10대 IT국가」는 1위 스웨덴, 2위 미국, 3위 핀란드, 4위 노르웨이, … 10위 일본의 순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2000년 3월 「모든 사람을 위한 정보화사회」라는 IT정책을 수립하여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한 정보화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3가지 지표로서, 「IT사용의 안전성과 신뢰성(confidence in IT)」, 「IT 활용능력(competence in IT application)」,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 to the services)」을 제시하였다.
스웨덴 정부는 「광대역 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해, 83억크로나(약 1조2000억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며, 2001년말이 되면 일반 전화선보다도 전송속도가 200배 정도 빠른 「광대역 정보통신망」이 스웨덴 가정의 20%를 커버할 것이며, 2005년까지 약 7만3000㎞의 광통신망을 포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스웨덴의 균형잡인 「국가정보화」 계획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터넷에의 접근성」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학교 선생님을 IT의 전도사」로 활용하기 위해, 전국의 12만명의 교사들이 6주간의 집중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한 후, 학교의 IT 환경을 개선하고, 초중고교에서부터 IT교육이 확산되도록 체계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은 산학관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나라 중 하나다. 스웨덴의 주요 도시에는 기업과 대학이 연계되어 있는 과학단지(Science Park)가 여럿 조성되어 있다. 스웨덴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시스타 과학단지」는 1976년 에릭슨과 IBM이 주축이 되어 스톡홀름 시내 북쪽 10㎞ 지점에 조성하였다.
현재 350개 IT기업 즉 인텔, 컴팩,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지멘스 등이 진출해 있으며, 직원수만 2만7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시스타 과학단지」 내에는 스웨덴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왕립공과대학교」의 IT대학이 들어서 있고, IT학과에는 연구원 300여명, 교수 30명이 산업체와 밀접히 연계되는 신제품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올해 4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과학기술 분야에 쏟아온 우리의 노력이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연구결과로 제출되는 「논문」은 쌓이고 있지만, 실제로 돈이 되고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특허」나 「신제품」은 쌓이지 않고 있다. 「논문」이 아닌 「특허」가 쌓이고, 실용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특허 출원도 연구실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연구소가 합심하여 이처럼 실용적인 연구개발, 「생산성 높은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스웨덴의 효율적인 「산학관」 협력의 모델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선진국으로 가면서 넘어야 할 첫 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