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급등에 대비해야

최근 환율 상승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일본경제조차 불안기류가 가세해 원달러 환율이 98년 11월 16일(1316원30전) 이후 28개월 만에 최고치인 1300원선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지 아니면 안정세를 되찾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환율 급등이 정부의 경제운용이나 정책결정에 큰 부담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환율이 오르면 달러 표시 수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력상품과 경쟁 또는 경합관계에 있는 일본의 엔화가치도 동반하락하고 있어 원화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수입업자들도 환율 상승분만큼의 가격인하를 즉각 요구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수입선을 바꾸기 때문에 환율 수혜는커녕 수출가격 결정과 계약 체결에 혼선만 빚게 된다고 한다.

환율 급등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엔화 약세다. 수출제품의 절반 이상이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가치가 10% 떨어질 경우 대일 수출 9억5000만달러를 포함해 총 27억달러의 수출이 감소되는 등 엔저로 인한 피해는 크다고 한다.

이러한 엔화 약세는 강한 달러를 원하는 미국과 엔저를 통해 경제에 숨통을 트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뤄졌다는 점에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적자재정과 저금리정책을 추진해 온 일본은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엔저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미국도 일본의 경제위기를 방치하는 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어 엔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우리가 수출시장을 재점검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이 전체의 3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경제의 침체는 반도체·컴퓨터 등 대일 수출 주력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엔화가치의 하락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계·조선업종의 경쟁력 하락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미·일로부터의 주문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우리 수출품은 가격경쟁력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출보험을 확대하고 현지법인에 대한 수출대금 조기 유동화 방안을 강구하는 등 기업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차제에 수출입금융과 여신한도 등 수출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풀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환율 급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는 등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대내외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출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다.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대일 의존도가 높은 교역구조를 개선하고 일부 품목에 편중돼 있는 수출구조를 다양화하는 것이 고환율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