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28>
『박 총재님의 프로포즈를 받고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지요. 오로지 학문의 길에만 열중했던 내가 정치를 할 수 있을지 하고 말입니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가 계속 학자의 위치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각종 경제관련 협회에서 활동을 했으며 경제 행정 자문위원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로지 학교 학생들만을 가르쳤던 것은 아니었다. 자주 TV 화면에 나타나서 강연도 하였으며 사회적으로 경제 문제가 발생하면 거의 약방의 감초처럼 나타나서 자문을 하곤 하였다. 이를테면 탤런트 학자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이름이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당에서는 그의 학문적인 성과나 실력보다도 그와 같은 인기 때문에 영입하는 것이었다. 오로지 학문에만 열중했다는 그의 말은 무엇인가 가식에 가득 차 있었다.
『저 역시 기업을 경영하는 전문 경영인에 불과한데, 이번에 정치 일선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는 일이 불안한 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자의 길이나 기업체 경영인의 길이나 정치적인 속성이 있지요. 전혀 다른 길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학문과 현장 경영의 노하우를 가지고 올바른 정치를 해보자는 것이지요.』
그의 말이 매우 애매했다. 올바른 정치라는 말 자체도 모호할 뿐이었다.
『박 총재는 나에게 부총재 자리를 약속하고 있지만, 그것은 총재가 약속을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정당대회 경합에서 선출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문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찾아뵈온 것은 이번 선거 때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지 알고 싶습니다.』
『난 선거를 처음 해봅니다. 학교에서 총장 선거를 해본 일은 있지만, 그때도 선거 운동이라는 걸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추대되었고 교수들이 투표를 했을 뿐입니다. 이번에 국회의원 선거에도 그런 식으로 해서 당선이 될지 알 수 없군요.』
『국민 유권자를 상대로 한 의원 선거는 좀 다를 것입니다.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유권자가 모두 엘리트층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는 것으로 기대할 수만은 없습니다. 유권자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난 선거를 안 해 봤으니 당에서 도와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