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릭 벤하무(왼쪽) 스리콤 회장이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열린 오드리 시연회를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스리콤의 인터넷기기 사업본부장겸 부사장 돈 포치.
【본사 특약 = iBiztoday.com】 인터넷 접속기기(단말기)들이 싹도 내기 전에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컴퓨터 박람회인 컴덱스 쇼에서 2년전만 해도 최대 인기를 끌었던 단순하고 값싼 웹기기들이 시장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네트워크 컴퓨터처럼 판매 부진을 겪으며 생산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고 작은 컴퓨터 업체들이 너나없이 「아이오프너(i-Opener)」 「아이팩(iPAQ)」 「웹플레이어(WebPlayer)」 「오드리(Audrey)」 등 인터넷 기기들을 대거 출시했으나 최근 대부분 시장 공략에 실패해 줄줄이 관련 사업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스리콤(3Com.com)은 최근 지난해 11월에 시판에 들어갔던 웹 접속 단말기 오드리의 생산을 중단하고 인터넷 기기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게이트웨이도 지난해 11월 대당 가격이 499달러로 어메리카 온라인 (aol.com)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이트웨이 커넥티드 타치 패드」를 내놓았으나 최근 이 무선 웹 패드 사업계획을 무기한 유보시켰고 웹 기기 선두주자인 넷플라이언스 (Netpliance.com)도 지난 해 판매 부진으로 아이오프너 생산을 중단했다.
이 같은 웹기기 판매부진은 인터넷 기기 시장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 경기 침체에다 가격이 저가 PC와 별 차이가 없는 통에 소비자에 특별히 인기를 끌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관련 제조업체들도 아직 이에 대한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분석가들은 인터넷 기기시장 최대 문제점의 하나가 시스템 판매를 특정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연계시키는 이른바 보조금 모델이라고 꼽는다.
예를 들어 아이팩 홈 인터넷기기를 개발한 컴팩컴퓨터(Compaq.com)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com)의 「MSN 컴패니언 서비스」 가입 고객에 대당 599달러인 제품가를 최고 400달러 할인해 199달러까지 낮춰준다. 그러나 소비자는 인터넷서비스업체(ISP)와의 계약에 묶여 매달 21.95달러씩 3년 동안 모두 79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대당 499∼599달러의 높은 가격도 소비자들이 기능은 PC보다도 적은 인터넷기기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웹기기의 최대 부품인 LCD 가격이 앞으로도 2년 동안 내리지 않을 전망이어서 이 같은 고가의 제품 가격도 인하시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시장 조사업체 파크스어소시에이츠의 쿠르트 세프 부사장은 『PC 가격이 지금처럼 쌀 때에 어느 소비자가 인터넷기기를 사려하겠는가』라며 『앞으로 판매 대상을 기술 문외한이 아닌 기술을 어느 정도 아는 소비자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회사 IDC에 따르면 지난해 웹기기 공급대수는 15만∼20만대 사이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IDC는 지난 99년에는 넷플라이언스가 인터넷기기를 출시한 유일한 업체로 한 해 동안 6000∼7000대를 공급한 게 전부라고 집계했다.
브리안 마 IDC 분석가는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스리콤의 퇴장으로 시장이 기능이 단순한 PC 개념으로 후퇴할까 우려된다』며 『산업 디자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일부 시판 제품은 PC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세계최대 칩 메이커인 인텔(Intel.com)은 자사의 웹기기 「닷 스테이션(Dot Station)」으로 유럽시장 공략을 펼치고 있다. 인텔의 닷 스테이션은 상부에 전화기가 나와있는 휴대형 TV를 닮았으나 오드리 같이 PC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디자인이다.
인텔의 그레그 웰치 가전제품그룹 마케팅 이사는 『전반적으로 웹기기 시장이 업계가 기대하는 속도만큼 떠오르지 않고 있다』면서도 『최근 인텔이 일부 비핵심
사업을 축소했지만 초기단계의 인터넷기기시장은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지난 주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스페인 최대은행 방코 산타데르 센트럴 히스파노간 합작 기업에 25만대의 웹 접속기기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스페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닷 스테이션이 공급된다고 밝혔다. 인텔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고 AOL 등 인터넷서비스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니(Sony.com) 역시 다음달 신제품 「e빌라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인터넷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이 기기는 가격이 대당 499달러로 인터넷 음악과 비디오 재생 기능이 있으며 내장 스피커와 플러그인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소니 관계자는 『인터넷기기 시장이 언제 결실을 맺을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인터넷기기의 도약 단계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