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공략이 시작됐다. 이번 세빗쇼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유럽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공격적인 전시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전개하고 있다.
현지 세빗 뉴스는 23일자에서 삼성 유럽지역총괄 윤경수 대표와 인터뷰를 하며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과거 일본 제품의 리메이크 또는 철지난 상품을 모방하던 것에서 탈피해 일본의 라이벌로 떠올랐다는 표현을 썼다.
전시장에서도 이런 현지 업계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97개 업체 중 40여개 업체가 처음 참가하는 것이고 주로 유럽 시장에 적합한 제품과 기술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번 IT홀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326평과 222평의 대형부스를 마련해 PDP·LCD 등 디지털 평판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TV·모니터·웹모니터 등을 대표상품으로 전시하면서 하루 200∼300여명의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 15개의 미팅룸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특히 미국·일본 등에 수출을 집중하던 것을 세빗쇼 참가를 계기로 유럽 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으려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는 게 과거 세빗과 달라진 점이다.
정명텔레콤·나비콤·주홍정보통신 등 컴퓨터 주변기기·MP3플레이어·GPS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3∼4평 남짓한 규모의 부스에서 발디딜 틈 없이 분주하게 상담에 나서고 있다.
세빗에 처음 나온 정명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12㎝ 크기의 휴대형 USB 드라이브를 출품했다. 케이블과 배터리·소프트웨어가 필요없는 이 제품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드라이브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어 유럽에서 호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비콤은 카내비게이션과 휴대형 웹브라우저 기능을 함께 갖춘 GPS 단말기를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제품은 CCTV를 통한 정보와 실시간 교통정보 등을 받을 수 있어 이번 전시회 후 국내에도 선보이면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홍정보통신은 비동기전송모드(ATM)뿐만 아니라 초고속통신망을 지원하는 다양한 칩세트 기술을 세빗에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이번 전시회에서 오스트리아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inet와 케이블모뎀 「SL2000」 「SL2250」 200만달러어치를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으며, 또 이탈리아 통신사업자인 소네라(SONERA)사가 새로 시작할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서비스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수확도 거뒀다.
또한 이번 세빗에서 양화면 액정모니터 듀오프리즘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출시한 두솔시스템은 PC 없이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참관객들의 호감을 샀으며, 히트정보는 MP3플레이어와 함께 사이버 주크박스인 「뮤직플러스」가 이번 세빗쇼에서 호평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밖에 유니온·넷시스 등 세빗에 처음 참가하는 중소기업들도 독특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제품을 내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별취재반:조시룡 기자, 임동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