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CD 조달 입찰 잡음

최근 조달청이 처음 실시한 액정표시장치(LCD) 프로젝터 조달입찰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달청이 이미 3개사 4개 모델에 대해 최종 단가계약을 직전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이를 수용하려 들지 않고 있다.

「패자는 말이 많은 법」이라고 조달청은 이들 업체의 입장을 애써 일축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탈락업체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이번 입찰과 관련한 쟁점은 카탈로그와 Q마크 두 가지로만 이뤄진 입찰 조건에 있다. 실제 제품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카탈로그만으로 경쟁을 하다보니 일부 업체에서는 생산하지도 않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만 낮춰 우선 낙찰만 받은 업체도 있다.

물론 최종 계약이 이뤄지기까지는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지만 카탈로그 단계에서 이미 걸러진 업체들은 실제 제품의 테스트를 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는 입찰 참여시 제시한 제품과 낙찰 후 공급제품이 달라질 가능성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의구심은 조달청이 낙찰업체의 제품 사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 낙찰업체 중 일부는 이미 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검증까지 마친 상황인데도 조달청은 왜 낙찰업체의 제품 사양과 카탈로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일까.

이번 입찰에 납품업체로 선정된 한 업체를 최종공급계약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조달청 한 관계자의 이야기는 현재 업계에 만연한 여러 가지 소문들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아직은 어느 편의 말이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달과정 자체가 좀더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2000대 이상의 고가 기자재를 구매하는 만큼 업계의 실익을 떠난 차원에서도 입찰 과정은 공정하고 확실해야 할 것이다.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제품을 시연하고 자료를 비교 검토·평가해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입한다면 과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처음 실시된 LCD 프로젝터 조달입찰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 것인지에 대한 책임은 이제 조달청의 몫이다. 그리고 오는 9월에 2차 LCD 프로젝터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번을 계기로 다시는 조달과 관련한 잡음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생활전자부·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