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책자금 현장실사 역기능

산자부·정통부·중기청 등 정부 자금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 육성자금 등 벤처기업 육성과 기반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자금이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자금은 신청기업을 대상으로 현장실사와 평가 등의 심사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원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원업체 선정을 위한 현장실사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최근 현장실사를 받은 벤처기업 중에서 현장실사 과정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현장실사가 해당기업의 기술개발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현장실사 과정이 해당기업의 기술개발능력과 기술전망에 대해 평가하는 것보다 세무회계나 또 기술개발과제와 상관없는 기업브랜드 파워 등 엉뚱한 질문이 쏟아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기술이 무기인 벤처기업으로서 이같은 기술외적인 질문에 제대로 답할 리가 없다. 물론 한정된 시간에 현장실사를 통해 기술개발 능력을 평가해야 하고 해당기업의 전반적인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부수적인 질문이 불가피할 수 있다. 더구나 경영자의 역량 파악을 위해 기술적인 평가외의 다른 현장실사도 필요하다. 또 해당기관에서도 인력풀을 구성하고 평가위원을 선정하는 등 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현장실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일부 기업인의 불평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불평으로만 돌리기에는 이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현장실사는 해당기업의 개발능력과 개발환경 등 실태파악에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실사받는 기업의 개발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금지원을 받으려면 서류작성을 잘 해야 한다는 얘기가 벤처기업인 사이에 소문으로 퍼져 있는데다 일부 창업기업의 경우 정부자금을 지원받는 과정에 브로커의 개입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생계형 창업자금을 대출받게 해주는 불법대출 사기범들이 부산에서 적발되는 등 정책자금의 지원과정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거치는 현장실사에 대해 신뢰하고 기술개발 능력이 인정되면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확신을 가질 때 이러한 불법대출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산=윤승원기자 sw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