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회선재판매 협의는 「시장 점유율 낮추기」와 「가입자 점유율 높이기」라는 양 이동전화사업자의 이해기반이 맞아 전격 추진됐다.
회선재판매 추진은 SK텔레콤이 3월초 자사의 처지를 LG텔레콤, 한통프리텔에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한통프리텔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LG텔레콤은 이를 적극 활용, 빠르게 대응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추진 배경=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 조정 시한 임박에 따른 「단기적 조정 방법」으로, LG텔레콤은 「가입자 확보의 일환」으로 이를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SK글로벌의 자금 및 영업력을 통한 019 가입자 모집과 LG텔레콤의 안정적 매출 요구가 맞아 떨어진 「윈윈 게임」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양사는 이번 제휴에 대해 그간 SK텔레콤 시장 점유율 50% 달성과 관련한 업계의 소모적인 신경전을 중지하고 업계의 자율에 의거, 서로 실리를 취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추진 배경은 사업 규모 만큼이나 판이하다.
SK텔레콤은 단기적으로 가입자 점유율 낮추기를 단행해 방어적 시장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 여기에 LG텔레콤의 가입자 증대를 통한 프리텔·엠닷컴을 견제할 수 있다는 심리도 작용한 듯 하다.
LG텔레콤은 단기간내 가입자 증대를 통한 안정적 매출이라는 점을 노리고 「공룡과의 제휴」를 택했다. 비동기식 IMT2000 사업권 탈락 이후 매각설에 시달린 LG텔레콤으로서는 가입자 증가, 매출확대, 주식가치 제고라는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SK텔레콤·신세기통신의 입장=SK텔레콤의 선택은 현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결과로 보인다. 오는 6월까지 가입자 점유율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하나 PCS사업자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10여년간 독자적으로 이끌어온 유통망을 경쟁사에 개방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회선재판매는 일단 SK글로벌이 LG텔레콤으로부터 단말기를 구입, 이를 대리점에 판매한 후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LG텔레콤으로부터 되돌려 받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이 011대리점에 019 단말기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내걸면 가입자 점유율을 낮추는 데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자사 가입자를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회선재판매에 따른 70% 가량의 짭짤한 수익도 기대된다. 이 방식은 한통프리텔·엠닷컴이 한국통신을 이용해 회선재판매하던 방식과 흡사하다. 회선재판매로 수익을 보장받고 동시에 시장점유율 낮추기에 성공하겠다는 두가지 전략이 이번 결정에 숨어 있다.
◇LG텔레콤의 입장=우선 대환영이다. 그간 LG텔레콤이 SK텔레콤에 줄기차게 요구하던 011대리점에서 019서비스를 파는 혼매가 가능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011·017이 시장점유율 50% 미만으로 6월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도 큰 소득이다.
LG텔레콤은 당분간 011대리점을 통해 단말기와 서비스를 판매하며 점유율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PCS사업자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011대리점에 적정 수준의 판매장려금 등을 지급해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시키는 작업도 급선무다.
일부에서는 011·017대리점에서 019가입자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겠는가 하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SK텔레콤이 점유율 낮추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019 판매목표량을 대리점에 하달할 방침이어서 LG텔레콤은 가입자 유치에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향후과제=우선 한통프리텔·엠닷컴의 반응이 관건이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단기적인 밀월」관계가 프리텔·엠닷컴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프리텔·엠닷컴은 이번 밀월관계의 부적절함을 설파하거나 혹은 SK텔레콤·신세기통신과 다른 형태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프리텔·엠닷컴이 한국통신과 회선재판매를 한 전력이 있어 011·019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대논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대리점과의 마찰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도 관건이다. 특히 019서비스만을 판매하는 전속대리점의 집단 행동도 예상된다. 자신들이 확보한 시장을 011·017대리점이 뺏는다는 불만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텔레콤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텔레콤 대부분의 대리점들이 타 서비스를 공동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혼매」대리점이기 때문. 이들 혼매 대리점에 011대리점에 적정한 수준의 장려금 및 마진을 보장해주면 문제는 예상외로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감시하는 정통부와 통신위원회를 어떻게 피할지도 두고 볼 일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