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름세 타는 반도체 가격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온 D램 가격이 연일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히로시마 지진 여파로 일부 반도체 공장의 조업 중단과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D램 가격이 급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의 주력 제품임을 감안할 때 반도체 가격의 반등은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와 미국 경제의 경착륙(硬着陸)에 대한 우려로 인해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거둬낼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64Mb(8M×8) PC100 SD램의 국제 반도체 현물시장 가격이 지난 6일 2.13달러(최고가 기준)에서 9일 2.18달러, 22일 2.28달러로, 128Mb(8M×16) PC100 SD램은 7일 4달러에서 9일 4.10달러, 22일 4.30달러로 상승하는 등 이달에만 64Mb는 7.98%, 128Mb는 11.25% 꾸준히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D램 가격이 바닥을 치고 본격적으로 상승하려는 조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반도체 가격이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PC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큰 폭의 추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대로라면 예년처럼 가파르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여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PC업체의 D램 재고가 거의 소진돼 신규 수주를 내는 단계라는 미국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최근 발표와 현물 가격이 안정화되고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어 이달을 고비로 D램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메릴린치증권의 분석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뿐 아니라 일본 업체를 중심으로 상당수 D램 업체들이 올들어 생산라인을 플래시메모리로 전환하고 있으며, 가격하락과 펜티엄4 탑재 PC의 등장으로 PC의 기본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D램 가격상승을 부채질하는 낙관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반도체 가격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속에서 우리 경제가 이만큼이라도 굴러갈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주가가 폭락하고 성장률과 국제수지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요즘처럼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부시 행정부의 대한 통상압력 가시화, 엔화 약세 등 우리의 수출여건이 갈수록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가격의 상승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공급과잉 현상이 완전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마케

팅전략 수립 등으로 만약의 사태에 나름대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