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제도적 접근 필요

◆정재형 벤처로그룹대표,변호사

남과 북이 분단된 지 반백년 이상이 지났다. 간간이 남북 대화가 있었지만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되고 독일이 통일되도 한반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필자는 그동안 통일문제를 어렵고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은 비현실적인 것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회담 결과와 서울 답방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고 국민 견해도 엇갈린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 어떤 경우보다 남북관계가 발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남과 북은 상호대립 관계를 청산하고 협력 관계를 도모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협력 방안, 즉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상호대등한 경제적 접근이야말로 남과 북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이다. 북한은 그동안 지속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한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또 남한은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을 통한 통일 기반 구축을 필요로 한다.

대북경협사업의 경우 오히려 해당 기업에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는 일이 없지 않았고 또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긴장을 해소하고 통일 기반을 다진다는 의미가 있더라도 이런 방식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러므로 남과 북이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경제성이 있는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과 접경한 중국 단둥에 개발단지를 유치하고 북한의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을 활용하는 사업은 매우 전망이 밝다.

이처럼 경제성 있는 사업을 발굴, 추진함에 있어서는 차분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도적 접근이란 새로운 제도의 정립을 의미한다. 우선 남과 북이 협의해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이에 관련해서는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에 대한 합의서」 및 이중과세 방지, 청산결제,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서가 채택됐다. 앞으로 이런 합의를 더욱 구체화해 남과 북이 대등한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와 당국자간 회담 제도화가 군사적 위험을 줄이고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라면 경제협력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경제적 이익을 증진해 상호보완 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이 될 것이다.

이런 제도적 접근에서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는데 우선 북한의 법 체계에 대한 이해다. 비록 합의서가 체결돼 있고 또 북한이 중국식 부분 개방을 취한다 하더라도 실제 북한 법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가 특징인 북한의 법이 남북경제협력을 어떻게 규율하고 있는지 앞으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나아가 북한의 법과 관련해 투자자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에서의 법의 의미가 우리와 다르기는 하지만 북한도 경제를 개방할 경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을 정비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며 특히 계약법을 중심으로 하는 법 원리를 받아들여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의 이익보호라는 관점에서 북한의 법 개정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협력 수준이 단순교역이나 위탁가공 단계를 넘어 직접투자나 합작투자, 자금조달이나 판매확보와 같이 높아지는 만큼 구체적인 법률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이밖에도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남한의 법제도 정비가 요청된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나 미국 국내법상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의 경우 법적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남북한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지는데 결국 남과 북이 경협과 관련된 제도를 어떻게 구축하고 활성화할 것인지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제도를 구축해 나아감에 있어서는 그동안의 남북 경제협력상의 경험을 반영하고 미흡한 점의 보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