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가 없는 A&D

「매출 26억원, 당기순손실 1조5149억원.」




국내 대표적인 인수후개발(A&D)업체인 리타워테크놀러지스의 지난해 실적이다. 지난해 1월 코스닥등록 보일러용 팬모터 제조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할 당시 『아시아 최대 인터넷솔루션업체로 변신하겠다』던 당당한 모습에 비해 1년만에 내놓은 성적표는 처참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솔루션업체를 표방한 리타워테크놀러지스는 지난해 무려 18개 업체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방식으로 인수하며 정보기술(IT)업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대만 등지의 인터넷업체까지 인수하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리타워테크놀러지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늘 주가조작과 불법 투자자금 모집 등 갖가지 불법의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결국 이러한 의혹은 지난 24일 허록 전 대표의 검찰구속 사실로 드러났고 미국에 체류중인 최유신 회장도 귀국을 종용받고 있다. 26일 열린 주총에선 주주들이 책임을 물어 두 사람을 포함한 4명의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인사로 경영진을 구성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서둘러 자회사 구조조정을 단행해 기업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의지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주가조작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다 무리한 구조조정은 자회사의 반발을 불러일으킬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 자회사 사장은 『리타워테크놀러지스가 모회사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한시라도 빨리 리타워테크놀러지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당초 약속했던 모회사의 안정적인 자금공급과 세계시장 진출에 대한 믿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코스닥시장에 리타워테크놀러지스와 같은 A&D업체만도 10여 곳. 굴뚝업체를 인수해 첨단기술업체로 업종을 변경하고 주가가 오르면 높은 주가를 이용해 IT업체를 인수해 왔다. 기술개발보다는 몸집 불리기에만 주력했던 A&D 「쇠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A(Acquisition 인수)만 있고 D(Developmet 개발)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D가 없는 A&D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값비싼 교훈을 업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