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에서 생명공학까지·첨단 과학 연구에 컴퓨터 맹활약

첨단 과학기술 연구의 최전선에는 어김없이 컴퓨터가 맹활약하고 있다. 또 활용분야도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만들기 위한 게놈연구에서부터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소립자, 은하계 등 대우주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의 도움이 없는 과학기술 연구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뉴욕타임스(http://www.nyt.com)에 따르면 화학에서 컴퓨터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신학문을 「계산화학」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계산)면역학, (계산)생물학, (계산)유전학 등에서도 최근 컴퓨터를 핵심도구로 사용하는 과학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부룩크하벤 국립연구소(http://www.bnl.gov)가 지난달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뮤온(중간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도 컴퓨터의 도움이 컸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초전도 자석(직경 1m 20㎝)에 둘러싸인 도넛 모양의 가속기에서 튀어나오는 입자 움직임을 3∼4달 동안 조사했다.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의 양이 약 1조 바이트에 달했고 슈퍼컴퓨터로 이를 계산하는 데 1달 이상 걸렸다.

1조 바이트는 1기가 바이트 하드디스크 1000장이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슈퍼컴퓨터가 아니면 도저히 이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인간 생명의 비밀을 푸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컴퓨터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미국의 셀레라제노믹스(http://www.celera.com)가 생명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게놈(염색체 1쌍) 지도를 완성하기까지 동원된 데이터 양만도 무려 80조 바이트에 달한다.

인간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염색체가 약 3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게놈연구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민간 기업으로서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셀레라는 올해 초 샌디아 국립연구소, 컴팩컴퓨터 등과 손잡고 제2단계 게놈연구를 위한 컴퓨터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물리학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역사는 다른 분야보다 훨씬 오래됐다. 제2차대전이 한창이던 40년대에 미국이 추진한 원자탄 개발계획(맨해튼 프로젝트)은 컴퓨터 발전에도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그 후 양자역학 등 현대 물리이론과 빅뱅 등 우주 물리학, 심지어 우주공간에 떠다니는 유성의 지구 충돌 문제를 푸는 데에도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실험(시뮬레이션) 방식이 최근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컴퓨터는 다시 미래 과학기술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