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생산조정 및 인력감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미국 경제의 하락으로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의 수출 신장률이 급속히 둔화돼 재고가 누적되면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현지 전자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올 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특히 이 같은 생산 축소는 감원과 함께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 저하, 개인 소득 감소 등으로 이어져 역내 시장 성장까지 저해해 궁극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싱가포르경제개발청(EDB) 통계에서는 지난 1월 전자산업 생산 지수가 작년 동기대비 4.1% 감소, 98년 12월 이래 가장 저조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차터드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의 경우 설비가동률이 지난해 7∼9월까지만 해도 풀가동이었으나 10∼12월 94%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 1월에는 70%대까지 내려갔다. 이 회사는 1∼3월에는 가동률을 60%대로 더욱 낮추고 있다.
PC용 음향부품 제조업체인 크리에이티브테크놀로지는 수요 감소에 대응해 전체 종업원의 약 10%를 감원할 계획이다.
태국은 1월 전기·전자공업 설비가동률이 50.3%로 99년 5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또 현지 업체들은 IT 관련 기업들의 생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감원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전자부품 업체 무라타제작소의 자회사인 무라타일렉트로닉스타일랜드는 풀가동해온 공장의 가동률을 지난해 말 90% 정도 낮췄다. 이에 따라 인력 200명을 감원, 3600명으로 줄였다.
말레이시아에서도 기업 활동이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나라 싱크탱크
인 말레이시아경제연구소의 기업동향 보고서에서는 2000년 4·4분기 재고가 누적되고 있는 기업이 27%로 전년동기에 비해 15%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PC·휴대전화 등 IT 관련 제품의 세
계적 생산 거점으로 최근 몇년 급성장해 왔다. 그러나 97년 아시아통화위기를 후유증으로 역내 시장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미국을 비롯 선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 경제의 하락 여파가 그대로 전달, 생산조정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동남아시아 지역 반도체 업체들은 이 같은 시장 부진에도 불구 장래의 시황 호전을 겨냥해 설비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시황
악화를 장기화시킬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