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중국의 대변신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중국의 대변신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를 「세계화의 원년」으로 정했다. 중국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아 경제의 꿈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당만 빼놓고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랄 만한 변화다.

중국이 변하는 것은 최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0차 5개년계획」(2001∼2005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주룽지 총리는 『변함없이 개혁을 추진하고, 더욱 폭넓게 개방하며, 생산성을 저해하는 체제상의 장애를 타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혁·개방에 대한 중국정부의 굳은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또 200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지난해의 2배로 올리고, 미국 중심의 일극화체제에서 다극화를,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내용의 경제·외교·정치부문 3대 목표도 중국의 대변신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중국인) 번다」는 속담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게 중국상인(華商)의 장사꾼 기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21세기 초 청사진이 결코 몽상은 아닌 듯싶다. 한때 아시아의 병자(病者)로까지 불렸던 중국의 용틀임이 시작된 것이다.

승천하기 위한 발판은 10여년 전부터 준비해 온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탈바꿈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 연평균 9.6%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는 GDP 1조달러 시대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중국은 WTO 가입을 통해 죽의 장막으로 상징되던 보호주의에서 완전히 탈피, 전면개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중국의 변신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중국의 파상공세에 시달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 경제계의 먹구름을 일시에 걷어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난관은 중국 경제의 성장축이 전통산업에서 IT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지난해 IT제품 생산량은 전년보다 38.4% 증가한 255억달러로 미국(885억달러), 일본(455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가전제품 경쟁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일본을 이미 제쳤다. 성장속도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중국만큼 구매력이 큰 시장은 드물다. 일례로 50년 전에 매설된 구리선을 광섬유를 이용한 첨단 통신망으로 바꾸는 사업의 경우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에 비유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대역사다. 한반도보다 44배나 넓은 중국대륙에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300여개의 주요 도시를 잇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소요되는 케이블만 2만4800㎞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1㎞ 가량의 광통신망을 설치하는 데 3만달러가 소요되니 이 사업에 투입되는 금액은 가히 천문학적 숫자다. 세계 각국이 눈독을 들이는 사업이나 우리 기업에도 적지 않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에 가장 매력적인 사업은 「최후의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IT시장이다. 중국의 컴퓨팅 환경이 한국보다 4∼5년 정도 낙후돼 이미 국내에서 검증받은 솔루션이라면 충분히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또 지속적인 경제자유화와 산업화, CS환경 구축 확산, ERP에 대한 인지도 확산 및 수요층의 증가로 향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ERP시장이 주는 매력도 대단하다.

세계 각국이 중국의 변신을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대 시장이 주는 이점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우선 모든 것을 중국식으로 바꾸는 현지화(localization)라고 하니 지금부터 단순 기술협력이나 자본제공을 하는 「기술적 현지화」를 지양하고, 중국의 사회문화 배경을 철저히 이해한 후 상품개발에 나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시장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전략만 제대로 수립하면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특수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관·민이 일치단결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