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중흥통신)이 지붕 위로 올라갔다. 중흥통신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던 국내 업체들은 지붕만 쳐다보게 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인 중흥통신(대표 후웨이구이)이 차이나유니콤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사업과 관련해 15개 지역에서 627만회선 상당의 장비를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는 차이나유니콤 입찰 전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입찰 가능 물량인 17개 지역 492만회선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중흥통신이 확보한 지역들은 LG전자나 삼성전자와 중복되지 않는 지역들이다. 구이저우 지역 15만회선, 하이난 지역 10만회선만이 삼성전자(상하이벨)와 중복됐을 뿐이다. 그만큼 중흥통신이 우리 기업들의 몫을 줄여 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차이나유니콤이 주요 지역 입찰전에서 한국 기업과 해외 유명기업들이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며 『그 틈새를 중흥통신이 채우는 구조가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당초 중흥통신은 우리나라 통신장비업체의 중국 시장 진출에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중국 정부가 CDMA 상용화 종주국의 기술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차이나유니콤(서비스)과 함께 중흥통신(장비)이 대표적인 「친한국 기업」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중흥통신이 갑작스레 LG전자와의 합작계약(중흥LG이동통신유한공사)을 파기하고 독자 노선으로 돌아섬으로써 중국 정부의 감춰진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즉 모토로라·노키아·에릭슨 등에 내준 자국의 이동통신(GSM) 시장을 한국의 CDMA 기술을 빌어 만회하되 한국 기업보다는 자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싶다는 것.
실제 중흥통신은 LG전자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으려던 이동통신시스템 및 기지국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9년 한국에 설립한 ZTE퓨처텔(자본금 36억원, 중흥지분 65%)을 통해 CDMA 단말기 기술도 확보한 상태다.
결국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은 해외 유명 통신장비업체들과 중흥통신 사이에 끼어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