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IT강국 중국은 지금]차세대 TV 논란

중국 가전제품 시장에서 최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TCL그룹은 최근 흑백TV·컬러TV를 잇는 제3세대TV의 개념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디지털TV가 아니라 가전제품을 토대로 하는 가정정보 모니터였다. TCL그룹에 따르면 가정정보 모니터는 TV와 컴퓨터,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을 연계할 수 있고 TV시청 외에 주식거래 등 다양한 정보수요를 만족시켜 준다.

이 소식은 중국 가전업체들에게 충격을 줬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가전업체들은 원천기술이 없어 모방기술로 제품을 생산했다. 또 극심한 가격전쟁으로 시장쟁탈전을 펼치고 있어 중국의 가전제품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디지털」 바람이 불어오면서 중국 가전업체들은 곤경에서 벗어날 희망을 「디지털」에 걸었다. 『하루 밤에 봄바람이 홀연히 불어오니 천만 그루의 나무에 이화꽃 활짝 피었네』라고 한 당시(唐詩)의 귀절처럼 디지털시대의 도래를 기대했다.

실제 디지털화 영향으로 중국의 가전제품, 특히 음반산업 부문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의 녹화기와 녹음기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아날로그 제품들은 DVD와 디지털 카메라로 대체됐다. 향후 4∼5년간 중국에서 아날로그 제품들은 매년 2%씩 감소하고 디지털 음반제품은 무려 매년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관련제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TV다. 사실 중국에서 디지털TV의 연구·개발은 선진국들과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 지난 99년 10월 중국은 이미 고해상도 디지털TV의 지상파 시범방송을 시작했다. 캉쟈(康佳)를 비롯한 기업들은 디지털TV를 생산, 미국·인도에 수출하기도 했다. 중국 도시 가정의 15% 정도가 디지털TV를 구매한다면 연간 매출액이 1000억인민폐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

측도 이 때 나왔다.

그러나 언제 중국 가정들이 고해상도 디지털TV를 시청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국의 디지털TV 지상방송은 세계 표준과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전국적인 방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식산업부 TV연구소 양슈우화(楊秀華)교수에 따르면 디지털TV 국가표준은 오는 2003년이 돼서야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에서 디지털TV 개념이 소개된지 이미 상당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신기술과 신제품은 연구·개발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고해상도 디지털TV의 상용화시대를 맞이하자면 거국적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TV 프로제작, 전송과 수신은 시스템에 기반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중국은 단 몇년 사이에 미국이나 유럽처럼 방송을 본격적으로 할 수 없다. 더욱이 중국내 아날로그TV 방송은 중단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TV 시장잠재력은 무궁하지만 성장의 길은 멀어 중국업체들이 디지털TV를 내세워 세계적인 가전업체로 부상하기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디지털TV 시대가 서서히 도래하는 요즘, TCL그룹의 차세대TV 개념발표는 모든 가전업체들에게 계속 디지털TV 제품에 주력하느냐, 아니면 디지털TV를 뛰어넘어 가

정정보 멀티미디어 고지를 선점하느냐 하는 선택의 난제를 던져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