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CRM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곽정흔 콤텔시스템 사장 chk@comtelsystem.com

최근들어 고객관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이라는 용어가 기업경영의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는 게 시간과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매스 마케팅 시대가 가고 CRM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CRM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기업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전세계 CRM 관련산업도 일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은 연평균 70%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온 CRM 시장은 앞으로도 30∼50%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CRM 시장도 해마다 40% 이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CRM이 어떻게 온오프라인 기업을 막론하고 기업경영의 핵심과제로 부상하게 됐을까. 그 해답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산업의 발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보화는 고객에게 파워를 제공했다. 단적인 예로 고객은 인터넷을 통해 가정에서 제품정보를 비교검색하며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제품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일방적인 매스 마케팅만으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정보화는 한 명의 고객의견을 수십만명에게 즉시 알릴 수 있게 해 줬다. ‘anti∼’ 사이트처럼 온라인을 통해 불만이 있는 기업에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으며 그 기업의 약점을 제공해 기업경영에 곤란을 겪게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업 또한 수많은 고객정보의 수집 및 가공이 가능해져 양질의 풍부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정보화는 고객뿐 아니라 기업에도 지식과 힘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파워’와 ‘지식’으로 무장한 고객들에게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 개개인이 욕구불만을 갖지 않도록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1대1 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이런 연유로 CRM은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할 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CRM을 도입한 모든 기업이 만족해하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가트너그룹에서 작성한 미국 온라인 소매기업의 상위 50대 사이트에 대한 CRM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CRM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이트의 전반적인 평점에 대하여 우수하게 평가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보통이 23%, 그저 그렇거나 형편없다는 평가가 77%에 달한 것이다.

CRM이 불황을 극복하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영환경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하더라도 CRM 인프라 투자가 아무런 효용가치 없이 고객에게 외면당하는 사례 또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막대한 용량의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DB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며 화려한 웹사이트를 꾸미는 것만이 성공적인 CRM의 전부라 볼 수 없는 것이다.

각 보험사마다 선발하는 보험왕들은 한결같이 수천여명이 넘는 고객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고객의 생일·기념일·취미·취향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걸 볼 수가 있다. 이들의 하루일과는 고객의 기념일을 챙기는 전화통화부터 시작된다. 전화기와 페이퍼만으로 CRM을 훌륭하게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선진적인 CRM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기업의 진정한 고객은 누구이고, 고객의 요구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하여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 갈 수 있는지, 이에 대한 올바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CRM을 실행함에 있어 기업의 전략과 기술·프로세스·마케팅 전략이 CRM 실행전략과 일관성을 갖고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일찍이 CRM으로 무장한 외국기업들은 고객을 이해하고 세밀한 전략을 마련해 국내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올바른 CRM의 도입과 운용으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