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번호표시(콜러ID) 시범서비스 4월 개시와 함께 단말기 유통시장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적용기술의 완성도, 핵심부품의 성능 등이 하향평준화 현상을 보여 서비스 전반의 품질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단말기 제품은 미국의 콜러ID규격인 벨코어(BellCore202)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원거리에서의 신호인식률 등이 미국의 통신환경과는 많이 달라 실제 서비스 적용시 오류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화국 교환기에서의 이격거리가 반경 3㎞ 이상일 경우 선로의 저항 등으로 인해 신호인식률이 크게 떨어지는데도 이러한 오류를 수정치 않은 제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서비스 적용 이전에 실제 서비스와 똑같은 환경에서 오랜기간 테스트를 거쳐 오류를 잡아내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전체 서비스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규격적용의 문제와 함께 불량, 저질 핵심부품의 사용으로 인해 단말기 전반의 서비스 구현성이 낮아지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초기시장 공략을 위해 공급단가를 낮추려고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핵심부품을 졸속으로 접합해 표시능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문자 및 번호가 깨지는 경우까지 있다고 관련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중국이나 동남아국가에서 저가로 생산된 단말기 등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0여개에 가까운 단말기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단품개발 차원에서는 제기능을 보이다가 양산체제 이후에는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제품도 다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는 초기에 콜러ID 단말기시장의 주도권향방이 판가름 날 수 있다는 개연성을 감안하더라도 양산환경에서의 품질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많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아울러 유통시장에서의 불건전한 행태도 많은 문제점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화연결형 단말기가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초기시장 공략을 위해 모 대기업이 외국에서 생산된 단말기제품에 자사 상표를 붙여 버젓이 판매하고 있으며 성능도 검증 안된 외국제품이 덤핑물량으로 쏟아지고 있다.
콜러ID서비스는 국민의 통신편의 및 안전확보를 위해 도입, 시행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놓고 시장이 형성되고 경쟁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일부 저품질, 함량미달의 단말기 보급은 자칫 서비스 전체를 먹칠 할 수 있는 암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모 단말기 생산업체 사장은 “단말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일반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까지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업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펼쳐야 한다”며 “서비스에 대한 불신감을 높이고 제품사용이 줄어든다면 결국 화는 단말기업계가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