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끝난 3개 TV홈쇼핑 채널사업자 선정 과정은 한마디로 ‘원칙이 무시된 행정편의주의’를 그대로 보여줬다.
발표가 있던 날 방송회관 2층 국제회의장은 유난히 어수선했다. 방송위원회가 당초 발표 일정을 갑자기 이틀이나 앞당겼기 때문이다.
전날 밤 늦게 소식을 접하고 발표장에 들어선 기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누가 사업권을 획득했는가’에 앞서 일정이 바뀐 배경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김정기 위원장은 사업자 선정 발표에 앞서 “심사 결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온 상황에서 1000여개가 넘는 참여사업자들을 더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며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각종 루머가 나도는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고 간단히 해명했다.
이 말을 들은 홈쇼핑 관계자들은 발표를 앞당길 수밖에 없던 중대한 이유가 고작 ‘루머’ 때문이라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방송위는 루머가 나올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지난해 말 있었던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때는 발표 당일까지 누구도 당락을 점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홈쇼핑의 경우는 상황이 크게 달랐다. 발표를 사흘이나 앞둔 30일께 이미 심사 결과에 상당히 근접한 루머가 나돌았다.
이처럼 루머가 난무한 것은 방송위가 말로만 ‘보안유지’를 강조했지 실제로는 보안에 대해 전혀 감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있은 청문회에서 방송위는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심사위원들이 직접 청문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사업자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방송위는 ‘심사가 일찍 끝났다’는 이유로 30일 오전에 심사위원들을 모두 귀가시켰다. 이미 청문회에서 외부에 알려진 심사위원들이 학연·지연 등을 통한 각종 압력에 시달렸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미 30일 오후에 당락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고 이에 당황한 방송위는 갑작스럽게 발표 일정을 앞당겼다.
이번 사태를 통해 방송위는 정부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칙을 세울 때 보다 신중히 수립하고 한 번 만들어진 원칙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가슴깊이 새겼을 것이다.
<문화산업부·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