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 (634)

새로운 모험<34>

그는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점쟁이로 끝나지 않고 왜 정치쪽으로 방향을 돌리셨나요?”

“왜 정치에 야심을 가졌느냐고요? 글쎄요. 내가 용하다는 소문이 나자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나를 찾아와서 앞일을 물었습니다. 직접 오는 경우도 있고, 비서를 시키기도 했지요. 그들의 운세를 봐주는 과정에 나는 내 운세를 찾아낸 것입니다. 내가 정치 일선에 나갈 관운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작정을 하고 민심을 얻기 위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점을 보러 왔다고요?”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반문하자 그는 빙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게 뭐가 이상합니까? 기업인들도 오고 정치인들도 왔습니다. 그들은 거액의 돈을 주면서 제대로 봐달라고 했지요. 몇해 전에 우리 당의 총재님도 비서를 시켜 사주를 보았지요. 그밖에 상당수의 고위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이 내 점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운세는 거의 맞았습니다.”

“거의라고 하는 것을 보니 틀리기도 했군요?”

“틀린 경우도 있지요. 그것은 운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천기를 잘못 읽었기 때문이지요.”

“천기를 잘못 읽는다고요?”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그는 자신을 상당히 유능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이 점쟁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금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꼭 사기꾼으로 느껴졌다. 하긴, 정치인들을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일면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점쟁이나 정치에 입문한 내가 별로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바쁘실텐데 최 위원장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는 잠깐 침묵하고 있다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물었다. 신이 들려서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그도 내가 온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 하고 찾아왔습니다.”

“유세를 도와주십시오.”

“물론, 당 간부들이 내려와서 도와줄 것입니다. 그밖에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그의 입에서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때를 기다리면서 물었다. 그것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