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돈 내세요!’
미국의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이 유료화를 서두르고 있다. 넷제로·주노온라인·블루라이트 등 주요 ISP들이 지금까지의 무료서비스 전략을 수정, 유료화 쪽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키로 한 것이다.
이들 ISP가 유료화를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한 것.
최근 몇년간 주 수익원이던 온라인 광고시장의 침체로 ISP들의 매출은 급감했다.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지 못했던 ISP들의 매출은 광고시장 위축세에 비해 한층 더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렸다.
압도적인 시장우위를 보이고 있는 AOL타임워너를 제외하고 2, 3위인 어스링크·MSN을 포함한 업계 전체가 사업전략을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짜야 할 정도로 ISP들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가입자 수 390만, 280만, 240만명으로 미국내 4, 5, 6위 업체인 넷제로·주노온라인·블루라이트는 더 다급했다.
넷제로는 지난 12월 말로 끝난 2·4분기 결산에서 434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의 2460만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 주노온라인 역시 폭은 줄었으나 1160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블루라이트는 아직 결산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사정은 두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ISP업계 관계자들은 “업체수 증가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인터넷 붐에 편승, 수가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말 ISP수는 8000개에 육박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료서비스도 마다않는 상황에 다다랐다. 결과적으로 지난 6개월동안 수백개의 ISP들이 경매나 합병, 폐쇄되는 등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의 유료화로 가장 먼저 돌파구를 마련한 업체는 넷제로. 현재의 무료 접속자들을 대상으로 9.95달러를 받고 광고없는(ad-free) 접속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넷제로의 마크 골드스톤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인터넷 접속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자 한다. 이런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당분간 새로운 가입자들에게 유료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노온라인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고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비용을 월 9.95달러에서 14.95달러로 인상키로 한 것.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서비스를 오래 사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다 다양한 요금구조를 도입할 계획이다.
블루라이트는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넷제로나 주노온라인에 비해 높지 않지만 ISP서비스의 유료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K마트가 배경에 있는 만큼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일정금액 이상 쇼핑하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 등 다소 여유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별다른 수익모델을 갖지 못한 ISP들로서 유료화는 최상의 선택”이라면서 “이들 업체를 필두로 자금난 타개를 위한 ISP업체들의 유료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 앞에는 ‘성공여부는 별개’라는 전제조건이 달려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