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ADSL입찰가격 여파 국내로 번져

최근 대만 중화텔레콤이 실시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입찰결과의 여파가 국내로 파급돼 ADSL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통신은 대만 중화텔레콤의 입찰결과 알카텔이 포트당 18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ADSL 수주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지자 지난해말 포트당 300달러에 구매키로 한 ADSL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으로 분석하고 본격적인 가격조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국통신은 ADSL의 가격조정을 위해 우선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시스코·노텔·알카텔 등 4개 업체에 발주된 132만회선의 30%에 해당하는 물량에 대한 계약을 해지, 재입찰을 실시하는 한편 하반기 ADSL 조달물량에 대한 구매일정을 다소 앞당겨 이달 중순께 총 60만회선에 대한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통신은 특히 이번 입찰에서 대만 중화텔레콤의 ADSL 구매가격을 예가산정 기준으로 삼을 계획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ADSL의 공급가격이 200달러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통신 조달본부의 한 관계자는 “대만 중화텔레콤의 입찰결과 ADSL 가격이 180달러 이하로 떨어진 만큼 앞으로 한국통신이 신규 발주하는 ADSL의 가격도 그 수준에 맞춰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신규 발주물량 60만회선은 가격문제 등을 고려해 한 개 업체가 전량 공급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00달러에 공급되던 ADSL 가격이 불과 4개월 만에 30% 이상 폭락하는 사태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편 이처럼 대만 중화텔레콤의 입찰결과에 자극을 받은 한국통신이 ADSL 구매가격을 크게 낮추기로 결정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국내 ADSL업체들은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며 크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ADSL의 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급가격이 250∼270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며 “이번 한국통신의 입찰에 어느 정도의 가격을 제시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한국통신의 입찰결과 ADSL 공급가격이 대만 중화텔레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00달러 이하로 결정될 경우 앞으로 ADSL의 국제 입찰가격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는 한편 해외 ADSL업체들의 덤핑공세마저 예상돼 국내 ADSL업체들의 수출채산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