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비즈 경시를 경계한다

최근 경제부처 한 장관이 취임하면서 전통 제조업을 중시하는 산업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유감이다.

그동안 우리의 산업정책은 첨단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데 이를 뒤집고 전통 제조업을 중시하겠다는 것은 산업정책의 흐름을 상당부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장관의 시각에 따라 산업정책이 크게 좌우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같은 발언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제조업 중시론’ 발언은 어느정도 침소봉대됐을 수도 있고 또 그것의 깊이가 어느정도인지는 조금 두고 봐야 할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 같은 분위기가 전달되는 것 자체에는 정부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전자산업 정책이 첨단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은 그것이 사회의 정보화 추세에 맞고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자정보통신산업과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고 일본이 e재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정보산업의 부가가치가 다른 산업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그것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까지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첨단산업보다 전통 제조업에 치중한다면 그것은 산업발전 추세를 역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또 정보사회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우리의 꿈은 멀어지기 쉽다.

물론 전통 제조업도 상당분야는 산업의 인프라로서 중요하다. 그러한 분야는 체질을 강화하고 육성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e비즈니스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치중함으로써 전통 제조업이 다소 소외될 여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전자정보통신산업 육성정책이 그것을 송두리째 수정할 만큼 방향이 어긋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우리는 비교적 단기간에 전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선진국을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

이로 인해 산업과 경제규모가 크게 확대됐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단지 e비즈니스산업이 초창기로서 아직까지 그 파급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측면은 있다. 또 첨단분야에 집중한 벤처산업도 세계적인 추세로 인해 아직까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그러한 점 때문에 정부가 전통 제조업에 육성의 초점을 맞춰 산업정책을 추진한다면 그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전통 제조업과 첨단산업을 이분법으로 보아 첨단산업이 부진하니까 반사적으로 육성방향을 돌려 전통 제조업에 치중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정된 정부의 자원을 어느 곳에 투입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투자에서 우선 순위를 가져야 하는 곳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e비즈니스를 비롯한 바이오테크놀로지·나노기술 등 첨단산업 분야임에는 큰 변함이 없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그와 같은 분야에 중요성을 두고 산업을 육성해왔다. 이미 붐을 조성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며 이제는 정착단계로 가기 위한 활성화에 힘을 쏟을 때다. 이러한 산업이 조기에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

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