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인텔리전스웨어 사장 npark@intelligenceware.com
‘정보화’라는 단어는 지난 세기말과 금세기 시작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화두다. 정보화는 산업 및 경제적인 면은 물론이고 문화, 역사, 교육, 국방,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런 변화는 개별 공동체에 속한 우리 모두에게 사고체계 및 행동양식에의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보화를 추진하는 주체가 바로 사람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 때문이다.
현재 정부부처에서는 국가정보화, 산업정보화라는 이름으로 정보화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은 후방산업 육성 및 고용효과, 기술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에 정보화가 매우 중요하며 산업의 핵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종합 마스터플랜, 산업간 중복투자 방지 및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종합 마스터플랜이 마련돼 있는지는 엄중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동안 산업사회의 기본을 이루었던 계량적인 사고, 물량 중심의 사고, 생산성 중심의 사고체계가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며 콘텐츠 중심의 사고, 미디어 중심의 사고, 창의성 중심의 사고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산업정보화의 추진은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전략적인 고찰이 부족한 것 같다. 사업의 목표를 계량적으로 정하고 추진하는 각종 정보화사업은 ‘정보화’라는 옷을 ‘산업사회’라는 몸에 입히기 위한 무리한 시도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연스럽게 정보화라는 옷을 입힐 수 있을까.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은 품질과 속도 중시 경영에서 관계 중심의 경영, 한 발 더 나아가 창의성 및 독창적인 느낌을 경영의 중심에 놓는 가치변화를 추구해 나가고 있다. 즉, 생산주체와 소비주체 사이의 접점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적절한 산업정보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다가오는 세기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전략적인 청사진 마련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현재와 같은 단발성 사업추진, 생산성 중심의 사업추진보다는 미래산업의 인프라를 건설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의 산업정보화, 특히 제조업 정보화를 준비하는 청사진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제는 더 이상 공무원 또는 정부부처만의 몫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되돌아보아야 할 화두다. 다가오는 세대에도 또 다시 부실과 비효율이라는 정보화 인프라를 떠안고 그 비용을 고스란히 감수하며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꿈꾸는 모순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본기가 되어 있지 않은 무모한 도전은 실패를 불러오고 섣부른 아마추어 정신과 기존 사고체계에서의 기득권을 이용해 신세계에 쉽게 동승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실패를 잉태하고 있을 뿐이다.
다가오는 세계는 콘텐츠, 신용, 창의성의 세계다. 생산성이라는 척도에 길들여져 있는 사고를 창의성이라는 척도로 새롭게 해야 한다. 기존 가치와 산업의 토대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정보화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화, 고객중심화, 개성화, 지능화라는 전략적인 요소를 고려한, 소위 e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변환)을 도입하자. 이를 위하여 사회의 모든 요소를 전략적으로 고려한 ‘코리안 그랜드 디자인(korean grand design)’을 만들 것을 감히 제안한다. 국가적 청사진이 없는 정보화 추진은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식의 e파티시페이션(participation·참여)에 다름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물량주의적인 사고의 탈피, 전략적인 기술예측 등 우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한 국가정보화의 청사진을 지금 즉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