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이동전화 단말기시장 동향

전세계 주요 휴대폰 단말기 업체들에 감원이라는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모토로라가 7000명 해고를 발표한 것을 필두로 에릭슨, 노키아 등 세계 유수의 휴대폰 단말기업체들이 인원 감축 행렬에 합류했다. 설상가상으로 올 한해 예상되는 휴대폰 단말기 수요도 밝지 않다.

하지만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http://www.strategyanalytics.com)는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근본 환경(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SA가 분석한 최근의 휴대폰 시장 동향 보고서다.

◇휴대폰 시장 근본 환경(펀더멘털)은 견고=올 한해의 휴대폰 단말기 수요 전망이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5억5000만∼5억6000만대가 팔릴 것이라던 당초 전망은 5억∼5억2000만대로 축소됐다. 세계 최대 휴대폰 단말기업체인 노키아는 최근 이보다도 낮은 4억5000만∼5억대로 보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 2주동안 영국과 독일의 생산 공장을 폐쇄하면서 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SA는 올해 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출하량이 약 5억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최근의 휴대폰 단말기 시장 불안은 지난해의 과도한 재고가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SA는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건실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분석=SA는 지난해 휴대폰 단말기 재고량을 1000만∼1500만대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출하량은 4억400만대). 작년 세계 휴대폰 단말기의 예상 판매대수는 연초 4억7500만대서 연말에는 4억2000만∼4억5000만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대다수 생산업체들은 이러한 수요 전망치를 기준으로 생산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과다한 재고가 발생하게 됐다.

SA는 생산업체들이 현재 재고 물량을 줄이기 위해 단기적인 생산/출하량을 조정하고 나면 금년 1·4분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예가 모토로라의 생산 감축인데 이 회사는 유럽의 일부 생산설비 가동을 2주동안 중단해 120만대의 생산량을 줄였다. 이는 모토로라의 작년 세계 시장 출하 대수의 2%에 해당하는 양이다.

SA는 또 지난 3∼4개월동안 일반 소매 유통망에서 재고가 다소 상승한 것은 작년말의 매출 증가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예로 미국 휴대폰 단말기 유통업체들은 보통 2∼3주 정도의 재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년 1·4분기에는 재고 물량이 4∼5주분이나 됐다.(일부 유통 업체들은 재고 물량이 6∼7주분 정도였다)

최근의 심각한 시장 침체를 단 한번의 재고 조정을 통해 반전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SA는 무선 시장의 펀더멘털은 대단히 건실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서유럽과 미국의 휴대폰 가입자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동남 아시아와 중남미, 그리고 동유럽 및 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은 전망이 매우 밝기 때문이다.

휴대폰 단말기 시장을 성장시켜주는 요인은 신규 가입자 증가이지만 그 외에도 단말기 교체로 인한 대체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지난 1999년 세계 단말기 매출의 43%가 단말기 교체로 인한 것 이었다는 점만 봐도 잘 드러난다. 이 당시 소비자의 단말기 교체 평균 시기는 31.7개월이었다.

이 수치는 2000년에 와서는 27.5개월로 단축되었는데 2000년 초에 제시된 4억7500만대 출하량 전망은 이러한 교체주기가 2년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에 근거한 것이었다.

SA가 내놓은 2001년 5억대 출하량 예상은 교체주기를 25.6개월로 계산한 것이다. SA는 2001년 휴대폰 단말기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반패킷무선서비스(GPRS:General Packet Radio Service)로 대표되는 신기술의 상용화가 지연되면서 사용자들이 단말기 업그레이드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말기 교체로 인한 매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2001년 휴대폰 단말기 출하량을 4억5000만대로 계산한 것은 단말기 교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통신규약중 하나인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을 사용한 휴대폰 단말기의 경우 작년 서유럽에서는 뒤늦게 매출이 증가(4·4분기에 유일하게 두드러진 매출 증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체 주기는 상당히 단축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다수의 휴대폰 사용자들이 차세대 기술이 도입될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 휴대폰 단말기를 교체한 서유럽인들중 단지 10%만이 더 나은 기술을 만끽하기 위해서 새 휴대폰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기술은 소비자들이 새 단말기 구입시 고려하는 평가기준중 7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대신 소비자들은 충전지의 수명, 크기/무게, 가격, 모양/디자인, 브랜드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더 구매의 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말기에 사용된 기술보다 더 관심이 없다고 밝힌 것은 핸드세트에 부착하는 액세서리뿐이었다.

◇무엇을 의미하나=2001년은 셀룰러 산업, 특히 단말기 시장에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1999년과 2000년 연간 매출 성장률이 각각 65%와 46%에 달할 정도로 고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급격한 성장세는 과거에나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휴대폰단말기공급업체(벤더)들과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단말기를 교체할 만한 충분한 동인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만일 서킷스위치 방식에서 2.5세대 기술인 패킷스위치 방식으로의 전환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는다면 신기술이 휴대폰 단말기 구입의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게 된다. 또 그만큼 매출 신장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GPRS 단말기가 올 3, 4분기가 아닌 2분기에 출하된다고 해도 GSM시장에서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단말기 벤더들은 모든 소비자들이 차세대 기술을 사용한 단말기가 시장에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패킷 데이터로의 전환이 가져다 주는 성능상의 이점은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단말기를 제공해 주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기술 업그레이드는 단말기 설계가 약간 개선된 것에 비견할 수 있는 미미한 발전이기 때문이다.

SA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난 단말기 기능에 대한 소비자 불만족을 고려해 볼 때 전반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이 중요하다. 현재 개선이 요구되는 두 분야는 문자 입력 방식·음성기능·무선 인터넷 사이트 검색 및 메뉴 구조로 대표되는 입력 옵션과 색상·크기 및 해상도로 대표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SA는 단말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상황에서 경쟁사들보다 몇 개월 앞서 4-슬롯 GRPS 단말기를 대량으로 출시하기보다는 사용이 편리한 MMI(Man Machine Interface)방식 휴대폰 단말기를 먼저 출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