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FCC의장의 고민

지난달 말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 위원장인 마이클 파월이 미국 의회(국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취임 2개월만에 의회를 방문한 그의 목적은 의원들에게 FCC 개혁안을 설명하기 위한 것.

전화·방송·케이블 등 미국의 통신 관련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FCC는 통신에 관한한 미국의 최고 권부다. 그린스펀이 경제대통령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듯 FCC 위원장은 통신대통령으로 불린다.

출범 2개월의 통신권부 ‘파월의 FCC’는 이전의 ‘캐너드의 FCC’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독점문제. 지난 97년말 FCC 의장에 오른 캐너드는 퇴임 전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독점 규제를 강조할 만큼 기업 집중에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대형 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월드콤의 합병이 무산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은 시장경쟁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다. 부시 대통령도 그렇지만 그는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독점도 큰 문제가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두 사람은 정보화의 혜택에서도 차이가 난다. 캐너드는 정보화의 혜택이 모든 미국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파월은 “누구나 고급승용차인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소유할 수 없다”며 부유층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선점을 옹호하고 있다.

이날 파월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밝힌 FCC의 개혁안은 ‘전문성으로 무장한 날렵한(nimble)기관’이 골자다. 그는 이를 위해 기술 및 경제에 대한 전문성 향상 등 네가지 구체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제 FCC의 개혁과 함께 37세의 ‘새내기 의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결코 녹녹지 않다. 세계 최강국에 어울리지 않는 낙후한 초고속(광대역) 인터넷인프라가 그렇고,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과 상충하는 법·제도의 정비가 그렇다. 또 불거지고 있는 유럽연합(EU)과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갈등 및 유럽·아시아에 빼앗긴 통신시장 주도권도 어려운 과제다. 지난 10년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추앙받아온 정보기술(IT)산업도 나락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아버지 콜린 파월 국무 장관처럼 존경받는 장군이 꿈이었다가 87년 골반뼈가 부러지는 자동차 사고로 위대한 장군의 꿈을 접어야 했던 파월. 14년전 사경의 자리를 훌륭하게 극복한 그가 추락하는 미국 IT 산업을 어떻게 회생시킬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