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신임 장관의 해법

◆박재성 논설위원(jspark@etnews.co.kr)

IMT2000 서비스 독점권은 과연 얼마일까.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에서 IMT2000 사업권을 부여한 결과는 자못 흥미롭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각국은 경매제나 심사제를 채택해 대부분 사업권을 내줬다. 그들은 IMT2000 주파수를 국가의 자원으로 보고 그 사용 대가로 사업자에게서 자금을 받은 것이다.

역시 심사제보다는 경매제에서 사업자들은 가장 많은 돈을 써내야 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거둬들인 나라는 독일이다. 6개 사업자는 우리 돈으로 무려 58조원(450억 달러)을 써 넣어 낙찰을 봤다. 다음은 영국으로 5개 사업자가 350만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경매금액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사업자들이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결과다.

이로 인해 이 두 나라는 졸지에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할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 ‘무슨 근거로 그 많은 돈을 거둬들이냐’는 국민의 저항이 뒤따랐다. 근본적으로 경매제를 선택한 것이 잘못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또 야당은 거둬들인 돈을 어디에다 쓸 것인지에 대해서도 따지고 들었다. 적어도 정치자금으로 전용되는 것만은 막아 보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권은 획득했지만 곤혹스럽기는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고서 IMT2000 서비스를 한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있겠느냐는 투자가들의 회의론적인 분석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투자가들의 분석은 다각도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 드는 비용과 서비스로 인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계산은 이렇다. 독일은 경매대금을 인구 82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어림잡아 72만원에 해당한다. 그것은 사업자가 서비스를 통해 1인당 72만원을 벌어야 된다는 얘기다.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설치해야 하는 장비값이나 회사유지비 등은 별도다. 따라서 이 같은 돈을 단기간에 벌어들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분석이다.

인구가 6000만명인 영국은 오히려 독일보다 더해 1인당 76만원이나 된다. 그러니 사업권을 획득한 사업자는 주가가 떨어지고 자금난에 처하기도 한다. 그들의 분석이 일리가 없진 않은 것 같다.

현재까지 가장 싸게 사업권을 부여한 나라는 뉴질랜드인 것 같다. 인구 350만명의 뉴질랜드에서 4개 사업자가 5900만달러에 사업권을 획득했으니 1인당 2만원이 채 안된다.

심사제를 채택한 우리나라도 출연금에 대해 말이 많았다. 우리 정부는 사업자당 최소 1조1500억원에서 최대 1조3000억원을 써 내도록 정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너무 싸다고 했고 사업자들은 비싸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에 실시된 사업권 신청에서 선정된 사업자들은 모두 상한액을 제시, 출연금은 2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를 인구(4300만명)로 나눠 보면 어림잡아 1인당 6만원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아직 남아 있는 하나의 사업권에도 동일하게 출연금을 책정하고 사업자가 1조3000억원을 써낸다면 어림잡아 1인당 9만원 꼴이 된다. 이는 뉴질랜드의 약 4배며 영국의 8분의 1 가량이 되는 셈이다.

이제 우리 정부도 남은 동기식 IMT2000 사업자를 결정해야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 순연을 하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은 정부와 사업자의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 비동기식을 선호하던 사업자는 동기식사업 신청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정부가 신청해주기를 바란 것이 꼬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사업자는 최근 정부에 ‘사업권을 신청할 테니 출연금을 줄이고 제3통신사업자로 육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확실한 통신사업자로 보장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출연금 경감인 것 같다. 그것이 관철되면 명분도 명분이지만 적어도 실리는 뚜렷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을 마냥 미뤄둘 수는 없는 정부는 그 사업자의 요구를 안 들어 줄 수도 없고 다 들어주자니 특혜 시비에 말려들 수도 있는 난처한 입장인 것이다. 출연금은 약속이니 그것을 정하면 지키지 않을 방법도 없다. 이제 정부는 시장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계산법을 통해 동기식사업권 출연금 규모를 정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논리를 갖추는 일을 남겨두고 있다. 양승택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