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루트 이광석 사장
최근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고 경기도 회복기세를 보이지 않아 근로자들의 실업에 대한 불안 또한 커지고 있다. 10~20대 청년실업자의 수가 증가하고 사회에서 경력을 쌓은 장년층 실업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사회가 점점 고도화되고 디지털화되면서 고학력자의 수요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고학력자일수록 직장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고 노동이동의 가능성이 높아 대졸실업자의 비중 또한 1999년 20.3%에서 2000년 23.3%로 커지고 있다.
모 기관에서 지난 3월초 발표한 조사를 보면 30대그룹사 684개 중 12.2%인 84개사만이 상반기에 채용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및 경기침체에 따른 대기업 등 기업들의 신규채용 기피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경제단체들에 하반기 채용을 상반기로 앞당겨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할 정도다.
대졸자들의 미취업문제에 대해 정부에서는 지난 2월 실업보완대책을 통해 청년실업자 2만명에게 IT전문교육을 실시해 대졸실업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쪽의 수요가 급증하는데 전산관련 학과 전공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이러한 해법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올해까지 35만명에 달하는 대졸 미취업자 가운데 2만명만이 혜택을 받을 뿐 결국 33만명이 취업재수와 삼수를 불사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국가적인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을 교육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실업자로 남게 되는 것이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이 사회의 피가 잘 순환될 수 있도록 심장에서 새로운 피를 발산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경우 실무투입, 경쟁력 확보라는 이유를 들어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직 사원을 선호하고 대기업의 경우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감량경영 등으로 인해 신입사원의 채용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정보통신 전환교육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해야 할텐데, 교육을 받고도 실무에선 자신이 배운 기술과 업무능력을 시험해 볼 곳이 마땅치가 않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부지원 인턴제’ 역시 지원 인원규모가 현재 1만9000명으로 자격증 및 취업교육을 받는 인원규모에 비해 큰 편이 아니어서 교육받는다고 모두 취업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기업에서는 정보통신 전환교육이 직접 현장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어서 취업으로 바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위해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현실은 실업자로 하여금 사회에 대해 자신감을 잃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신입사원의 채용을 장려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경험을 쌓고 또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수립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 전환교육도 질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교육받은 사람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한 명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질적인 면에서 수준높고 현실적인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수요에 맞추어 교육을 실시하고 그 수료생을 채용하는 이른바 ‘맞춤교육’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교육생 선발과정이 기업의 신규채용으로 이어진다는 마음가짐으로 교육을 해야 교육과정에서 중도포기자나 탈락자를 줄일 수 있다.
업들도 정부의 이런 노력을 신뢰할 때 땜질식 실업률 낮추기가 되어버린 인턴제를 활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기업들이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 충분한 교육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경력직 같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채용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아들어갈 때 실업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