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641)

정치 입문<3>

51명의 명단을 놓고 누구는 누구와 친하고 누구는 누구 편이고 하는 것이 어느 정도 나왔다. 그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선거를 하려고 하고 유권자의 성분을 분석하니까 어느 정도 나타났다. 그중에는 엉터리가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 누구와 이웃에 사니까 가까울 것이고, 누군 누구에게 맛있는 과자를 사준 일이 있기 때문에 그쪽 편일 것이라는 짐작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확실한 친구에게는 직접 물어보거나 부탁을 하였다. 부탁을 하면서 반응을 살펴 협조해 줄 것인가 아니면 건성으로 대답한 것인가도 생각했다.

나는 처음으로 그 선거를 치르면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왜냐하면, 같은 반 친구 사이인데 누군 우리 편이고 누군 적이라는 식으로 분리하는 것이 가슴아팠던 것이다.

이때 길수는 51명의 명단을 가지고 동그라미, 가위표, 그리고 세모를 하면서 점검을 하였는데. 동그라미는 열 다섯 개이고 세모가 열 개, 나머지가 모두 가위표였다. 가위표에서 다시 분석을 하였는데, 그것은 나머지 세 명에서 어느 쪽을 편들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김송자 편을 들 것으로 보이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대로 선거를 치르면 김송자가 당선될 것으로 보여졌다.

나는 그때 러닝메이트 이연주에게 나가서 떨어지는 것보다 그냥 기권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화를 내면서 가만히 있는 사람 끌어들여 놓고 이제 오리발을 내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일단 나가겠다고 한 이상 떨어져도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고, 열다섯명의 지지자들이 있는 마당에 떨어진다고 왜 미리 결정을 하느냐고 하였다. 선거 공약만 좋으면 더 많은 친구들이 찍어줄 것이라고 하면서 좋은 공약을 만들자고 했다.

내가 만든 선거 공약에서 모든 학급 일을 민주주의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때가 70년대 초반이었는데, 박정희 정권에서 삼선 개헌이다, 유신 정국이다 하면서 민주주의가 한참 손상 입을 무렵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민주주의를 말하면 무슨 큰 일이나 하는 것 같았고, 그럴싸하게 들리던 때이었다. 초등학생들에게도 민주주의 표방이 먹혀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 후보자 김송자는 적극적으로 선거 유세를 하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자신이 당선이 되면 분단장으로 추천하겠다고 하면서 회유하기도 했다. 분단장 추천은 반장이 해서 담임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