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외전시회 지원은 빈말

“정부가 해외 전시회 참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자료를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니 힘이 빠집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를 통해 해외 전문전시회 주관기관 선정을 위한 관련 제안서를 제출한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은 정부의 해외 전시회 지원 관련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관심을 갖고 이곳 저곳 창구를 두드려 보지만 지원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벤처지원정책들이 한푼이 아쉬운 벤처업체들을 설레게 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정작 수혜업체로 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정보통신부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통해 KISIA 등 관련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회원사들의 해외 전시회 지원을 위해 전시회 주관기관 선정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KISIA 측이 14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달한 진흥원의 공문에 회답한 업체수는 4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외 전시회 참여를 지원하겠다는데도 지원을 받겠다는 업체가 없다는 게 궁금해 알아봤더니 진흥원에서 요구한 자료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여유를 두고 자료 요청을 해와 업체들이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신청 업체가 4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KISIA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가 4개 업체만으로는 군을 형성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진흥원의 ‘2001 해외 전문전시회 참가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보안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게 됐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해외 시장에 진출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일텐데 정작 받고자 하는 업체가 받을 수 없는 입장이라면 정부지원정책을 환영할 만한 업체가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정보보안업계에 있어 올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연구개발한 제품을 매출로 연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벌써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해외 시장은 보안업체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일은 해외 시장을 공략해보겠다는 업체들의 발목을 정부가 앞장서서 잡는 형상이 된 것은 아닌지 싶다.

<인터넷부·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