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구 텔슨전자 마케팅담당 상무
시대가 바뀌면서 많은 개념과 가치가 변하고 있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바가 ‘이윤’이라는 점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하기 마련이고 주주가치 향상이라든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고객만족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이윤추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향상시켜야만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기업이 기업중심으로 경영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업의 경영 방침들과 달리 고객의 입장에 서서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할 필요성을 자주 느끼게 된다. 기업의 미래가 ‘고객중심적 사고로의 전환 여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아직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 서툰 모습이다. 많은 기업들이 판매활동을 통해 매출을 증가시키고 이윤을 남긴다는 당면 목표와 고객들의 욕구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만족시킴으로써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관념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고객지향적인 마케팅에서는 고객을 단순한 판매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들이 상품과 관련해 갖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상품기획·가격결정·광고·판매촉진·유통경로 등의 초점을 고객에게 맞추게 되며 일관성 있게 통합하고 조정해야 한다. 만일 가격을 결정할 때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 혼란스럽다거나 마케팅부서와 재무부서간에 갈등이 빚어진다면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아마도 근본적인 마케팅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빚어질 것이다.
사실 ‘고객만족 달성’이라는 목표가 기업 전 부문에서 이해되고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소요된다. 피상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부 조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의사결정·고객응대 등 전 부문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진정한 고객지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결국 고객지향적인 마케팅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기업이 존속하고 성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윤을 창출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을 터득하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소비자 중심적인 가격 결정은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고 거기에 적정 이윤을 고려해 판매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사고자 하는 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수요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이어야 하며, 소비자가 지불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가격이 기업 이윤을 취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가격결정 이전으로 문제를 거슬러 올려야 한다.
물론 소비자가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라는 것이 매우 추상적일 수도 있다. 또한 시장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단순한 경제 개념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기준이 가격보다 제품의 가치에 있다는 점이다.
결국 고객지향적인 기업은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상품기획 단계에서 이미 고객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어떻게 해야 경쟁사들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세계적인 기업들조차 최상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도 고객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과감한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만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