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미 닷컴 기업들이 서서히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 미국 닷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은 미미하지만 올해를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는 닷컴 회사가 절반이 넘을 정도로 해외 시장 개척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닷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올해 약 40억달러에서 오는 2005년 약 62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 지구촌을 무대로 사업을 하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점에서 보면 미 닷컴 기업들의 시도는 새삼스러운 것이 못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대대적인 해외시장 공략이 전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만은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스물세번째 이야기는 최근 미 인터넷 기업들이 잇달아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배경과 추진전략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흔히 인터넷 비즈니스의 매력으로 전 지구촌을 무대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기업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에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도 많이 따른다.
포레스터리서치는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최근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재 의류와 스포츠 용품 등의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는 35개 미국 닷컴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시기와 목적, 해외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 앞으로 사업계획 등 20여개 항목에 대해 설문 조사했다.
먼저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언제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49% 닷컴 기업들이 ‘1∼2년 전’이라고 대답하고 그 다음으로 ‘1년 이내(26%)’ ‘3∼4년 전(14%)’ ‘5년 전부터(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만 놓고 봐도 해외 시장진출은 이미 미국 닷컴 기업들 사이에 낯선 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닷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동기와 해외 마케팅 활동의 주요 내용 등을 들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먼저 해외시장 진출 동기에 대해 미국 닷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외 판매를 시작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97%에 달한 반면 ‘새로운 기회 포착’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대답한 기업의 비율은 각각 47%와 26%에 그쳤다. 그림2참조(복수응답)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선 인터넷 쇼핑몰을 구성하는 언어를 보면 아직 영어 사이트만 달랑 올려놓은 회사가 69%를 차지하는 반면 국가별로 자국어로 번역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는 26%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하나의 웹사이트에 여러 개 국어로 된 콘텐츠를 올려놓은 흉내만 내는 다국적 웹사이트도 상당수(9%)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3참조
이번 조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 닷컴 기업들조차 아직 해외 비즈니스는 극히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입증해주고 있다. 또 전세계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장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절반이 넘는 62%의 응답자들은 주문처리 및 배달문제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해외 네티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콘텐츠 개발·세금 및 관세(각 38%), 법률분쟁(32%), 비용(29%), 브랜드 이미지(21%), 사기·기타 기술적 문제(각 15%) 등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조사가 모두 해외 인터넷 비즈니스의 부정적인 측면만 확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미국 닷컴 기업들이 최근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것을 포착한 것은 의외의 소득으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응답자의 절반(63%)이 넘는 닷컴 기업들은 “그 동안의 해외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은 ‘오픈 게임(시범경기)’에 불과하다며 특히 올해를 해외 시장에 본격 상륙하는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또 나머지 기업들도 2002∼2004년(17%), 2005년 이후(6%)에는 해외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대답한 반면 해외 진출 계획이 없다는 회사는 15%에 불과했다. 그림5참조
이들 회사가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 비중이 아직 5%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포레스터리서치는 판단하고 있다. 우선 미국 닷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액 규모가 올해 약 40억달러에서 오는 2005년 약 620억달러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미국 닷컴 기업들이 오는 2005년 전자상거래를 통해 벌어들이는 총 수입(약 270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0%가 넘는 수치다. 표1참조
주요 품목별 매출액 규모를 살펴보면 레저 상품이 총 120억달러 판매돼 총 해외 매출액의 20%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의류(100억달러·17%), 식·음료(60억달러·10%) 등의 분야에서도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해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비하면 초창기 인터넷 비즈니스의 대명사로 통했던 책(30억달러·4%)과 음반(20억달러·3%), 소프트웨어·애완용 동물관련 용품(각 10억달러·2%) 등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거나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는 제품은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으로 분석됐다. 표2참조
그러나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미 닷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5∼10%의 추가 매출도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시장 개척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수치 이상이다.
포레스터리서치는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한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태도를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누어 대표적인 사례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무관심파’ 요리 및 의류 사이트 쿠킹(http://www.cooking.com)과 제이크루(http://www.jcrew.com)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철저하게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도메인도 ‘닷컴’하나로 족하며 쓸데없이 영국(.uk)이나 일본(.jp)에 별도의 웹사이트를 개설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 들 것이 없다. 해외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염가의 배달비용을 받고 판매한다. 그러나 일본 등 아사아권 고객들이 제이크루를 찾으면 몸에 맞는 소형 제품을 찾기 어렵다고 불평하고 있다.
△‘관망파’ 안경과 신발 등을 주문 제작해주는 웹사이트 오클리(http://www.oakley.com)를 들 수 있다. 영어 외에 프랑스어로 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독특한 자기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업이 이러한 전략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추가 투자비용은 업체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초기에 외국어 웹사이트 개설비용 2만∼3만5000달러와 그 후 콘텐츠 내용을 한번 갱신할 때마다 2만∼2만5000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
△‘적극파’ 아마존 등 미국 대형 인터넷 업체들은 대부분 최근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미국에 있는 아마존닷컴(http://www.amazon.com)과 프랑스와 일본 등 주요 국가에도 각각 ‘amazon.fr’와 ‘amazon.jp’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는 세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따른 투자비용만도 만만치 않다. 우선 한 국가에 독립된 웹사이트를 개설, 전체 전자상거래 시스템과 연결해 사용하는 데에만 50만∼100만달러가 필요하고 소프트웨어 구입 등의 비용으로 또 다시 수십만달러를 쏟아 붓기 일쑤다.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이들 대형 닷컴 기업들은 그 대가로 미 닷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을 대부분 챙기고 있다.
한편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최근 이처럼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세계 전자상거래 판도를 미국 위주로 재편하고 또 미국의 교역 대상 국가가 되는 유럽 및 아시아 권 국가들과 무역 불균형도 확대시키는 등 전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실제로 작년 미국 업체들은 유럽 시장에 약 7억달러에 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 반면 유럽업체들의 대 미국 수출은 10분의 1 수준인 7000만달러에 그쳤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2000년대 초반 매년 140% 정도 성장하는 데 반해 유럽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0% 이상 초고속 성장을 계속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 99년 작년 35억달러에 그친 유럽의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오는 2002년까지 450억달러로 무려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유럽 닷컴 업체들은 이 시장을 고스란히 미국 업체들에 넘겨주어야 할 판이다. 특히 인터넷 거래의 비중이 높은 항공권 예약(5.3%), 컴퓨터(3.5%)와 책(1.6%), CD(1.2%)의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프라이스라인(http://www.priceline.com)을 비롯해 바이( http://www.buy.com), 트래블로시티(http://www.travelocity.com) 등 세계 최대의 미국 인터넷 쇼핑몰들이 유럽시장에서 1, 2위를 휩쓸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최근 미국 인터넷 업체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을 때 이들에게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벤더들과 아직 굴뚝경제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제조업체,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외국 유통업체들은 각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기회를 차지하게 될 전자상거래 관련 플랫폼 및 콘텐츠 관리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은 인터숍(http://www.intershop.com)과 유니스케이프(http://www.uniscape.com)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다.
제조업체들도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나서야 한다.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바비 인형으로 더 유명한 마텔(http://www.mattel.com)은 최근 이를 위해 영어 외에 프랑스와 스페인어로 된 바비부티크(http://www.barbieboutique.com)까지 개설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외국 유통업체들도 앉아서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해외 협력 파트너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 미스코시 백화점이 미국 최고급 가죽제품 유통업체인 그후카(http://www.ghurka.com)와 손잡고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한 것은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